[영화와 연애] 라쇼몽, 왜 연인은 저렇게 행동할까?

in kr •  7 years ago 

[영화와 연애] 라쇼몽, 왜 연인은 저렇게 행동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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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라쇼몽'을 본건 대학교 교양수업 때였다. 처음 라쇼몽을 보곤 마치 스탕달 증후군처럼 현기증이 왔다. "아! 인간이라는게 바로 이런것이구나!?" 라며 말이다.

라쇼몽은 하나의 살인사건에 대한 관련된 사람들의 다양한 증언에 대한 영화다. 도적, 사무라이, 사무라이의 아내는 사무라이의 죽음이라는 하나의 움직일 수 없는 사건을 함께 경험하지만 각자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바가 다르다.

도적은 공정한? 대결을 통해 승리했다 말하고, 아내는 정신을 잃었다가 깨보니 남편이 죽었다 하고, 사무라이는 무녀의 몸에 빙의하여 명예롭게 자결했다 말한다. 가만히 그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정말 이 사람들이 하나의 사건을 공유하고 있는게 맞아? 라는 생각이 들지만 분명 그들은 하나의 사건을 공유하고 있다.

대체 누구 말이 맞아!? 라며 혼란스러워 할때 나무꾼이 등장한다. 나무꾼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유일한 객관적인 관찰자인데 그의 말을 들어보니 셋다 얼추 맞는 말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죄다 거짓말만 늘어 놓는듯하다.

도적은 사무라이의 아내에게 제발 함께 살아달라며 도게자까지 불사하고, 아내는 도적과 사무라이를 싸움에 붙이려고 도발하고 비난하며 사무라이는 마지막 순간 도적에게 살려달라 간청한다.

역시... 도적과 사무라이 그리고 사무라이 아내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거짓말을 한것일까? 결과적으론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거짓말을 하는것이 맞겠지만 적어도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말이 진실이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NLP의 대전제 중에는 '지도는 영토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지도는 분명 영토를 표현한 것이 맞지만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지도의 쓰임에 따라 생략과 과정이라는 왜곡을 거쳐 만들어진다. 결국 우리는 서로 다른 지도를 가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트러블이 생기기 쉬운거다.

연락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여자친구 입장에서는 연락은 사랑의 척도이고 연락이 줄었다는건 날 사랑하지 않는 다는 뜻이니 문제이며 그래서 짜증내고 화를냈다고 말한다. 그런데 과연 연락은 사랑의 척도가 확실한가? 그리고 화를 낸다는건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뜻이 되는건 아닐까? 무엇보다 화를 내고 짜증을 내면 문제가 해결은 되나?

그리고 요즘 너무 바빠서 연락을 잘 못한것이라고 말하는 남자친구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여자친구를 처음 만난 그때보다 지금이 객관적으로 월등히 바빠졌나? 바빠졌다 한들 문자한통 전화한통 하지 못할정도로 숨쉴틈이 없었나?

결국 나무꾼의 입장에서 보면 양쪽 다 논리적이지 않은 이야기만 하고 있는거다. 이건 잘못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거다.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지도를 가지고 세상을 인지하니 말이다.

트러블을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모두 각자만의 지도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걸 인정하면 된다. 나의 말은 결코 상대와 계속 만나고 싶다면 상대를 무조건 이해하고 받아들이라는게 아니다. 제발 세상을 내 주장대로 혹은 억지로 상대의 주장을 목구멍으로 쑤셔넣으며 살지마라.

우리는 각자 다른 지도를 가지고 있다. 이때 누구의 지도가 맞는지를 따지는건 결국 소모적인 논쟁이 이어지고 결국 관계를 끝낼 수 밖에 없게 된다. 한 테이블에 둘의 지도를 펼쳐라. 그리고 누구의 지도가 맞는지 따지지말고 각자의 지도를 말없이 바라보며 "아... 이렇게 지도가 다르구나..." 하면 된다.

한참을 서로의 지도를 말없이 바라보다 수정할것이 있다면 협의하에 수정을 하고 또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이것은 넘기든 아니면 각자의 지도를 돌돌말아 가방에 집어넣고 "아무래도 우린 길이 너무 다르나봐~ 그럼 이쯤에서 안녕하기로?" 라며 각자 자신의 길을 가면 된다.

어쩌면 "아니! 서로 좋아하면서도 자신의 입장이 있는건데 말처럼 그렇게 쉬워!?"라고 할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나는 이렇게 반문하고 싶다. "당신만의 왜곡된 지도를 가지고 상대의 지도를 탓하는건 그렇게 쉽나요?"

바쁜 스티미언들을 위한 요약

어떤 한 상황에 대해 서로가 다른 이야길 한다면 우리는 너무나 쉽게 둘중에 한명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단정짓는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는 둘다 진실을 말하기도 하고 또 둘다 거짓말을 하고 있기도 하다. 똑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다른 지도를 그린다. 상대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맞지 않는건 둘중하나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둘이 그리는 지도가 다를 뿐이다. 상대를 억지로 이해할 필요없다. 그냥 다른 지도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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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해요 ^-^ 글을 참 잘 쓰시네요

칭찬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마음 맞으면 커플하면 되고
마음 맞지 않으면 각자도생하면 되는

쉬운 듯하지만 사람이기에 쉽지 않음이 느껴지네요..

잘 보고 갑니다.

저도 회사에서 일할떄 태크닉만 같으면 스타일은 간섭 안하겠다고 후임들에게 얘기한다만.... 왜 나이를 불문하고 자기 생각만 고집하는 사람들은 스타일을 가지고 억지 이해시키려고 할까요....

마치 수저를 가로로 놓냐 세로로 놓냐를 가지고 정상회담 벌일 기세입니다 ㅜㅜ

그런 분들은 거리를 두는게.... 쿨럭 ㅠ_ㅠ
참... 각자의 지도를 보고 있다는걸 알고 존중해주면 될것을 말이죠.

좋은 글 읽고갑니다. 블로그 올리실때마다 좋은 내용으로 가득하네요 ^^

칭찬 감사합니다. ^-^
앞으로 더 노력하겠습니다~

알고 있으면서도 감정이란 놈이 요동을 치며 힘들 더군요.
재미있는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라쇼몽과 연애라... 통찰력 있으신데요.
지도가 다른 것이기도 하지만
연애에 있어서만큼은 마음이 식었거나 편해졌거나
변화가 있기 때문이겠죠.

정말 대부분의 경우 둘다 진실이 아닌경우.. 아님 둘다 진실인데도 이해관계가 비틀린경우, 다양하게 있는데 말이에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교양수업때 봤네요 ㅎㅎ
근대 뭔 내용인지 다 까먹었다가 이거보니 어렴풋이
기억나네요 ㅎㅎ

좋은 글이네요 ㅎㅎ 굿!!!!

후후 감사~ 이번주는 안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