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회사와 비슷한 것 같은데요?” 장서정 자란다 대표가 자란다 서비스를 빗대며 한 말이다. 자란다 서비스가 아이와 어울리는 선생님을 매칭하는데 방점이 찍혀있다는 말이다. 자란다는 5세부터 13세 돌봄이 필요한 아이가 있는 집에 대학생 선생님이 방문해 아이와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는 서비스다. 그런데 단순히 아이와 선생님을 연결하고 시간을 보내는 활동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만남을 위한 치밀하고 고도화된 분석이 활동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매칭의 핵심, 데이터=매칭의 핵심은 자란다가 구축한 데이터에 있다. 부모가 자란다에 서비스를 신청하면 11년 경력의 아동심리상담사가 유선을 통해 부모의 요구를 파악한다. 예컨대 ‘6세 남자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활동’을 원했다면 아이가 한 권을 깊이 있게 읽길 원하는지 다독을 원하는건지, 아이의 요구와 성향 등을 두루 살핀다. 책을 읽어주는 행위가 아닌 아이에게 무엇을 해주고 싶은지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아이 혹은 부모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됐다면 1,200명의 자란선생님 인재풀에서 매칭 과정이 이뤄진다. 자란선생님의 선발 시 진행되는 심층인터뷰와 기본 성향검사 MBTI는 물론 방문 과정 시 태도, 진정성, 방문패턴, 역량, 방문 후기 등의 34가지 지표가 매칭 기준이 된다. 자란선생님이 아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선생님인지, 적극적으로 활동을 리드해나가는 선생님인지 등인지 데이터에 기반 해 자란선생님을 추리면 아동심리전문가가 부모에게 자란선생님을 추천한다. 장 대표는 “자란선생님이 1,000명이어도 내 아이에게 맞는 선생님은 한 명이다. 밀도있는 데이터를 통해 선생님을 고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라고 설명했다.
활동을 진행할 자란선생님이 선정되면 자체커리큘럼에 따라 배움·돌봄 교육이 진행된다. 기본적인 활동 수칙은 물론 연령별 특징, 아이 성향에 따른 상호작용, 놀이 활동 가이드라인이 제공된다. 자란선생님은 이에 따라 수업을 진행한다. 기계공학, 수의학과, 영어교육학과, 체육교육학과, 음악 등 다양한 전공만큼이나 다채로운 수업이 펼쳐진다. 수의학과 선생님과 함께 읽는 동물책, 기계공학과 선생님과 함께 만드는 레고는 자란다 안에서 이루어지는 활동 중 하나다. 자란선생님은 때로는 친구처럼, 형, 언니처럼, 선생님처럼 아이와 시간을 만들어간다.
◇아이가 자란다, 선생님이 잘한다=“기-승-전-좋은 선생님이다. 선생님이 아이에게 잘해야 부모도 행복해진다” 잘 자란 선생님을 모으는 것은 자란다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현재 자란선생님은 먼저 활동한 자란선생님 추천을 통해 모집한다. 신규 자란선생님의 신원은 먼저 활동한 자란선생님이 자연스레 보증하는 구조가 된다. 아이와의 활동을 좋아하는 것은 별개로 평판리스크가 존재하는 셈이다. 이와 함께 자란선생님에게 장 대표가 강조하는 점은 진정성이다. 자란선생님에게 일정의 보수가 제공되지만 아이와 상호작용하고 감정을 교류한다는 점에서 그 이상의 책임감을 요한다. 아이와 자란선생님, 자란선생님과 부모 터울은 대개 16살이다. 장 대표는 자란선생님에게 이 점을 상기시킨다. “지금 만나는 아이가 자란선생님이 되어 자란선생님의 아이를 돌볼 수 있다는 말이다. 아이를 만나는 시간을 허투루 보낼 수 없지 않을까”
현재까지 만족도는 70%로 나타나고 있다. 수치상에서 드러나다시피 미스매칭도 일어난다. 대표적으로 부모와 아이 요구가 다를 때다. 예컨대 활동적인 아이에게 차분한 활동을 해주길 원하는 부모의 요구에 따르면 아이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장 대표는 “미스매칭은 오히려 환영”이라고 말한다. 매칭률이 떨어지는 이유를 찾고 밀도 있는 데이터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데이터 항목을 세분화하고 밀도있는 데이터를 쌓는 일은 단순 매칭보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그럼에도 장 대표는 “적어도 만 명까지는 의미있는 데이터가 쌓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얼거설기 대충 데이터를 쌓으면 소용없다. 마이크로데이터화 해서 아이에게 맞는 선생님을 매칭할 것”이라고 답했다.
◇스타트업 흙수저가 꿈꾸는 세상=모토로라와 제일기획 디자이너로 일한 장 대표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퇴사를 결심했다. 아이가 자라면서 호기심과 활동력이 왕성해질 5세 이후 시기, 이를 채워줄 방법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조부모와 학원 등 사교육에 기대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아이가 보고 듣고 배운 것을 나누고 이를 공감해줄 이가 필요했다. 이를 해결할 사람은 대개 부모,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엄마에게 돌아간다. 장 대표와 주위 엄마들, 비단 이들뿐 아니라 일을 하는 엄마가 겪는 일이다. 적어도 육아는 엄마 몫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아있는 사회에서는 계속 될 일일지도 모른다. 장 대표는 마주한 문제를 풀기위해 1인 기업으로 자란다를 시작했다. 엑셀로 사업을 정리하던 때만해도 창업을 할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던 장 대표가 스스로를 스타트업 흙수저라고 부른 이유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여성의 일을 도와주는 플랫폼이 됐으면 좋겠다. 엄마도 일하고 싶다.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을 잘 할 수 있는게 좋은 것 아닌가” 엄마가 인생 일부를 맞바꾸지 않아도 아이를 잘 키우고 오롯이 아이의 성장에 집중하는 일, 자란다가 풀고 싶은 문제다. 자란다 성장과 맥을 같는 일이기도 하다. 자란다는 올해부터 심리데이터 기반 교육·상담 스타트업 그로잉맘과 제휴를 통해 아이의 성향을 분석하고 고도화된 매칭을 선보일 예정이다. 데이터를 고도화 한 후에는 콘텐츠 업체와의 협업도 고려해고 있다. 아이가 원하는 콘텐츠를 추천하기 위해서다. 장 대표는 “아이 성향이나 기본 행태 분석에 기반한 밀도있는 데이터를 통해 자란선생님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최적의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타트업계 흙수저라는 장 대표, ‘흙’수저라는 그의 말마따나 자란다는 아이와 부모가 건강하게 자라나는 토양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