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방배동쪽에서 병원을 할때 일이다.
첫눈이 엄청나게 오는 날 ... 하필이면 당직이었는데 병원 주변으로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병원이 오르막에 위치하는 곳이라 눈이 얼면 이건... 아니올시다... 라서 소위 비상사태라고 보면 될터...
응급환자도 없고, 설령 있더라도 올라오는 길에 문제가 될것 같아 2시간에 한번씩 너까래를 가지고 제설 작업을 했다.
퇴근하려는데 구청에서 전화가 오더라.
"병원 앞길에 병원 직원이 물을 뿌려서 얼음을 만들어서 다치신 분이 있다."는 민원을 받았다고 한다.
밤새 개고생을 하였기에 무신 개소리냐라며 얼지 말라고 사염화탄소도 뿌려놨는데 민원인이 무고를 한것이라고 설명했다.
퇴근을 하고 다음날 병원에 왔을때 역시 겨울은 비수기인지라 한산함에 극을 달했었다.
그러던중에 어떤 할머니가 들어오시더라
행색은 점잖아 보였지만 눈가에 욕심이 가득한게 보이는... 시어머니 케릭터라고나 할까?
원장 나오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갔더니 하시는 말씀이...
"어제 여기 직원이 이 앞에 물을 뿌려서 얼음이 얼어버려 거기서 넘어져서 크게 다쳤고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어떻게 책임을 질래요?" 라는 거다.
속으로
이양반이 민원인이구만? 싶었다.
너도 조용히
" 일단 많이 다치셨다니 마음이 아픕니다만, 저희 직원이 물을 뿌린적이 없고 저희는 오히려 재설작업을 하느라 밤을 새웠는데 책임질 부분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 라고 했다.
그랬더니 하시는 말씀이
" 무슨 소리에요? 내가 물 뿌리는것을 똑똑히 봤는데!!!" 라며 소리를 지르더라
" 혹시 몇시쯤에 물을 뿌리던가요? 어제 제설작업은 저희 직원이 아니라 제가 2시간 간격으로 했으니 보셨다는 물뿌린 직원은 아마도 저일듯 합니다. "
" 누가 뿌렸건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노인이 넘어지면 크게 다치는데 그 병원비 하며 어떻게 책임질거냐고!!!?"
또 소리를 치는데 나도 화가 나더라... 나도 사람인데 그럴 밖에 ...
" 좋습니다. 저희 병원 앞은 차량 파손 문제로 24시간 CCTV로 촬영되게 되어 있으니 만약 저희 직원 또는 제가 물을 뿌리는 영상이 나오면 치료비 및 정신적 보상비 명목으로 5억을 드리겠습니다. 저희가 제설작업을 하는 노력을 한 모습이 나오고 물을 뿌리는 영상이 없을때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라고 반문을 하니 입을 다물더라. 그만큼 자신있는 모습을 보였으니까.
" 동네에서 장사하는 젊은 사람이 사람이 다쳤다는데 그리 매몰차게 나오면 장사하기는 글렀네~ 내가 여기 몰인정하다고 소문 다 낼거야~!~!" 라고 하는거다.
장사...장사... 장사...
어느 관점에서는 장사라는, 상업의 일부라는 범주에는 들어가지만
직업적 자존심을 확 상하게 하는 단어...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비하할 때 사용하는 그런 용어... 장사...
그전까지는 그래도 표정이 괜찮았지만...
나도 한성깔 하는 사람이고, 원래 인상이 더러운 사람인지라
그 어르신이 전혀 겪어 보지 못했을 살벌한 표정이 얼굴에 가득했다더라....
" 오늘 오셔서 저에게 하신 말씀의 요지는, 허위 사실을 가지고 금전을 요구 하였으며, 금전 지불이 되지 않았을 경우 병원의 이미지를 고의적으로 실추 시켜, 실제적으로 병원에 위해를 가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형법상 공갈에 해당하며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쳐해집니다. "
" 아니 내가 무슨..."
" 그냥 듣고 계세요!!!" 나도 화가 나서 언성을 높였다.
" 현제 어르신과 제가 한 대화 내용은 앞에 보이시는 CCTV에 음성과 함께 저장되어 있습니다. 모두 증거라는 것이지요. 지금 경찰 부를테니 공갈죄 현행범으로 신고할테니 잠시 기다리세요. 김선생!!! 경찰 불러!!!"
" 아니... 난 ,,, 그냥 친구가.... 젊은 사람이 왜 그렇게 빡빡해!!!!!" 라며 뒤도 안보고 도망가더라...
신고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지만 도망가시는 뒷모습을 보며 문득 떠오르는 생각은...
' 저렇게 빨리 도망가다 또 넘어지면 나때문이라고 또 존주라고 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었다.
참... 세상은 넓고 사람 다양성의 스펙트럼은 더 넓은 것 같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