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소설] 하얀 중독 1편 (총 2편)

in kr •  6 years ago  (edited)

하얀중독 완성.jpg

중독. 이것은 중독이다.
중독이라는 단어는 뭔가에 찌들어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중독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증상이 좀 심각하다. 머리속에는 하얀 그것이
떠다니고, 다른 생각을 할수 없게 만든다.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있다.

빨리 이 병을 치료해야 한다. 빨리 그것을 손에
넣어야 한다. 하얀 그것을...
그것을 찾아 인터넷을 한참 뒤지다가 드디어
전화번호를 하나 발견했다.
공1공 4삼5칠 팔XO삼
뭐야 이거?!
좀 수상한 전화번호라서 망설여졌지만 할 수 없이
전화를 걸었다. 난 당연히 남자가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그것 때문에 전화했는데요."

"아! 네 잠깐만요. 제가 지금 밖에 나와있어서..."

통화하기 적당한 곳을 찾았는지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오늘 당장 필요하세요?"

"아닙니다. 내일도 괜찮습니다."

"내일이라... 내일도 좀 힘들 것 같고, 내일모레는
어떠세요?"

내일모레라고? 할 수 없다. 이미 이 대화의
주도권은 그녀에게 있었다.
나는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그것이 필요하다.
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내 현재의 상황을 말해
주고 있다. 말투에서 절박함과 조급함이 묻어
났다. 상대도 그것을 눈치챈 것 같다. 그래서
공급자인 그녀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그럼 내일모레 5시쯤 구로역 어떠세요?"

목소리를 가다듬고 시간과 장소를 제안해봤다.
난 수요와 공급이 수없이 교차하는 세계에서 살고
있는 데이트레이더가 이닌가. 이렇게 간단히
주도권을 빼앗길 수는 없었다. 내 의견을 조금이라도
반영하고 싶었다.
하지만...

"5시 구로역이요? 제가 내일모레 5시에 가능한지
알아보고 오늘 중으로 전화를 하든지 문자를
보내드릴게요."

가능한지 알아보겠다고? 내 의도가 보이는 것일까?
그녀는 뭐든 조금씩 비틀어 놓았다.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전화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그러다 저녁 8시쯤에
문자가 한 통 왔다.

"내일모레 5시 신도림역 괜찮으세요?"

신도림역... 다행히 신도림역은 내가 잘 아는 곳
이다. 1번 출구로 나가면 홈플러스가 있는데
그 근처에서 술자리를 자주 가졌다.

"네 그럼 1번 출구로 나오면 사람도 많이 다니고
앉을 데도 있는 곳이 있는데.. ○○○ 어떨까요?"

구체적인 장소라도 내가 정하고 싶어서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을 선택한 이유는 요즘
여성상대 범죄가 많다는 것을 감안해 그녀를
배려하는 측면도 있었지만, 사실은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뭐든지 처음은 두렵고 떨린다.
다행히 구체적인 장소는 내 뜻대로 됐다.

그날이 왔다. 서울로 가는 지하철. 지하철이지만
신도림역까지 지하구간은 없다. 이게 너무 마음에
든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모든 것들이 시간을
잊게 해준다.
선거때만 되면 수도권 지하철을 지하화하겠다는
공약이 나온다. 제발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공약은 지하철
유리창을 까맣게 칠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첫빌딩.jpg

지하철이 서울을 달리고 있었다. 차창으로 보이는
높은 빌딩들이 '여기가 서울이야~'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지하철창문동그란빌딩.jpg

신도림역에 도착했다. 사람이 진짜 많았다. 간신히
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약속 장소로 가는 길.
아까보다 더 높은 빌딩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신도림.jpg

벌써 여름이 온 걸까? 하얀 허벅지가 다 드러나는
짧은 치마나 바지를 입은 여자들이 많이 보였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한 이곳은
내가 나고 자란 서울이다.

난 서울을 고향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고향이라는
단어 속에는 논과밭, 산이 보인다. 그리고
마을 입구에 미루나무도 보이고, 나를 위해 차려진
청국장이 놓인 밥상도 보인다.
서울은 고향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나고 자란 곳'이라고 한다. 이곳이
이렇게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서울을
떠난지 오래됐다는 뜻일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새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1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그래서
역 주변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동그란빌딩.jpg

난 그녀의 얼굴을 모른다. 5시가 되면 전화를
하는 수밖에 없다. 약속 시간이 됐다.

"도착했습니다."

먼저 문자를 보내봤다. 잠시 후

"저도 5분 뒤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라고 문자가 왔다. 5분이 지나고 전화가 왔다.

"지금 도착했는데 어디에 계세요?"

"○○○ 앞에 있습니다."

두리번 거리며 대답을 했다.

"네 찾은 거 같아요"

한 여자가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
.
.
안녕하세요. @wacol413 입니다.
2 편은 내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하얀 중독 2편 보러 가기
https://steemit.com/kr/@wacol413/2-2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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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저 오늘 신도림 다녀왔는데 이런 소설 너무 좋아요! 사진 덕분에 실제 이야기같읃 현장감; 두근두근 그녀의 정체는 무얼까요 2편을 주십시오 ㅋㅋㅋ

며칠 전에 기획했던 '7년의 밥'을 포기하고,
대신해서 '하얀 중독'1편을 올려봤습니다.
재밌었나요?
감사합니다 ㅎㅎ

다른세계에 와 있는 것 같네요. ^^ 멋집니다. ㅎㅎ

이걸 써놓고 올릴까 말까 망설였는데
올리길 잘 했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내일 2편도 기대해주세요

정말 잘 쓰셨어요. ㅎㅎㅎ 예. 기대됩니다. 잘 보겠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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