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훈의 예상과는 사뭇 다르게 벽지에서는 사슴과 토끼가 뛰어다니고 나무는 빼곡했고 숲은 푸르렀다.
노비타 가습기는 쾌적한 습도를 충실하게 유지하고 있었고 온도는 덥지도 춥지도 않았고
엄마품처럼 포근한 느낌을 주는 병실이었다.
2개의 병상중 한 개는 비워져있었고 한쪽 병상에는 핏기없는 피부에 파르라니 머리를 삭발한 전지현을 쏙 빼닮은 어린 이송이가 엄마에게 말하고 있었다.
“엄마 미안해요~”
송이는 이슬처럼 맑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거듭 되뇌이고 있었다.
“엄마 정말 미안해 내가 아파서 ...
나 때문에 엄마가 너무 힘들어서, 엄마 슬프게해서 미안해...."
송이의 눈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 쏟아져 내렸다.
“송이야 그게 무슨말이야 ? 너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내딸인데.
우리 딸과 이렇게 24시간 함께 할 수 있어서 엄마는 슬프지 않고 오히려 좋은걸.."
엄마는 웃으면서 말하고 있었지만 두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리고 시야가 흐려졌다.
“흠흠~ ”
영훈은 코끝이 찡함을 간신히 억누르면서 어색하게 말문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저기 실례가 안된다면 어머님께 잠시 드릴말씀이 있는데요”
“네? 누구시죠?”
“전 김영훈이라고 합니다만..."
복도로 나온 영훈은 송이 어머님께 병실에 찾아온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전 사실 불치병으로 1년 남짓한 시한부 선고를 받았습니다. 생을 마감하기전에 저와 같은 불치병으로 고생하는 어린친구들를 위해 미력한 힘이나마 봉사하고 싶어서 이렇게 불쑥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영훈은 마른침을 삼키며 설명을 이어갔다.
“하루에 한시간정도 송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말동무도 해줄수 있도록 허락해 주실수 있을까요? 그동안 어머님도 잠시 휴식을 갖는 시간도 필요하실 것 같구요”
"제 큰딸도 송이와 같은 5학년입니다. 송이와 친하게 지낼 수 있을것입니다.“
송이 엄마는 잠시 고민을 하다 이내 흔쾌히 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