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엄마가 소리를 지른다. 드라이기를 제 자리에 똑바로 놓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드라이기를 정리했다. 소리를 지를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했다.
오늘은 사무자동화산업기사 시험이 있는 날이었다. 수험표를 출력하고 가려고 했지만 엄마 기분이 나쁜 거 같아 하지 않았다. 프린터기는 엄마 방 컴퓨터에 있기 때문이다. 그냥 고사장에서 뽑자고 생각하고 집을 나갔다. 화를 낸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는게 그 다음부터는 엄마 기분이 괜찮아 보였다.
버스를 타고 수험장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내가 수험장을 착각하고 있었다. A중학교에서 시험을 봐야하는데 B중학교로 가버렸다. 난 B중학교가 맞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혹시 몰라 핸드폰으로 고사장을 확인한다. 고사장이 적힌 페이지를 못 찾겠다. 당황스러웠다. 버스도 택시도 없다. 한 대 있던 택시는 내가 길을 건너는 사이 저 멀리로 사라져 버렸다. 흔드는 내 손을 보지 못한 거 같았다. 시험을 포기해야 할 시간이 되자 고사장이 적힌 페이지를 찾았다.
허무했다. 지금까지 공부한 게 물거품이 되는 것도 억울하고, 같이 시험을 보기로 한 친구가 연락 한 번 없었다는 것도 억울했다. 시험을 다시 치루려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오늘 시험을 위해 중요한 약속도 미뤄뒀는데...
집에 갈 기분도 아니라 카페에 가서 울었다. 따지고 보면 내 잘못이긴 했지만... 지금까지 공부한 게 헛수고가 된 것도 싫고 이 시험을 치루기 위해 내년까지 또 공부해야한다는 것도 싫었다. 그리고 이렇게 된 내가 제일 싫었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짜증만 밀려왔다.
사실 여기 적기에 우스울만큼 사소한 일의 연속일 뿐이다. 엄마를 마주하기 싫다는 이유보다도 먼저 수험표를 출력했어야 했지. 왜 그랬을까. 왜 그래도 괜찮을거라고 생각했을까. 왜 뭐에 홀린것처럼 B중학교에서 시험을 치룬다고 생각했을까. 왜 이렇게 멍청할까. 남 탓을 하기엔 너무 사소한 일이다.
방금 학원을 다녀왔는데 내가 들으려 했던 수업이 아니었다. 내가 시간을 착각한 것이다. (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머리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다. 정말 싫지만 난 이게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도 그렇게, 운이 좋은 편은 아니었으니까. 오늘 일이 특별한 건 특히 오늘은 정말 운이 없으면 어디까지 없을 수 있는지 확인받는그런 기분이었다. 원래라면 그렇게 안일한 짓은 하지 않는다. 운이 나쁘니까 항상 최악을 대비하고 산다. 열 명이서 제비뽑기를 해서 벌칙을 받을 사람은 나인 그런게 몇 번이나 반복되면 안다.
아, 모르겠다. 그냥 평소엔 일주일에 한 번 올 불운이 한번에 몰려온 기분이다. 액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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