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에 관한 단편 2

in kr •  7 years ago  (edited)

그는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툰 사람이었다.
나는 늘 그의 마음을 어림잡을 수 없어 애가 타곤했다.

매일 아침 '너의 하루가 행복하면 좋겠다'류의 나의 진심어린 문자에도 불구하고 그의 답장은 늘 미지근했다. 문자를 보내고 한참 뒤에야 답장이 왔고, 먼저는 문자하지 않았다.

문자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정성이 담긴 선물과 편지 마음을 열심히 전했던거 같다.

혼자만의 적극적인 구애도 어느덧 두 달이 흘렀다. 아마도 그의 시험 기간 마지막 날이었던 것 같다. 시험 공부로 그의 시큰둥한 반응은 정점에 달했고, 나의 자존심(혹은 '어쩌면 그 아이도 나를 좋아할 지 몰라'라는 일말의 희망)도 바닥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결국 '글로 읽는 라디오는 마지막이 될 것 같아'라고 그에게 문자했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그에게 짤막하게 답장이 왔다.

'만나자-'

우리는 그 날 만나,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는 자신의 감정에 관한 특별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려주었다.

음악을 좋아해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두루 듣는 것을 좋아한다거나, 책 읽기를 좋아해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거나, 패션에 관심이 많아 멋진 옷 입는 것을 좋아한다 등등

나는 바보같이 그것만으로 좋았다.

그가 좋아하는 것에 관한 유희를 내게 나눠주는 것
그가 알려준 것들이 내게 전해지는 것
그를 알아가는 것

그날 헤어지기 직전 그는 내게 말했다.
'아침에 문자 계속 보내줘' 라고-

이후 나는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그의 행복과 기쁨을 기원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한참 지난 뒤에 보니
그도 아마 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렸던 것 같다.

내가 '특별히 좋고 보고싶어서..'라기 보다는,
아마도 그 당시의 나와 비슷한 감정의 온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Following you!

Congratulations @waytogo! You have received a personal award!

1 Year on Steemit
Click on the badge to view your Board of Honor.

Do not miss the last post from @steemitboard:
SteemitBoard and the Veterans on Steemit - The First Community Badge.

Do you like SteemitBoard's project? Then Vote for its witness and get one more award!

Congratulations @waytogo! You received a personal award!

Happy Birthday! - You are on the Steem blockchain for 2 years!

You can view your badges on your Steem Board and compare to others on the Steem Ranking

Vote for @Steemitboard as a witness to get one more award and increased upvo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