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일상] 빵과 담배, 링링이

나는 행복할 때 걷고
행복하기 위해 걷는다.

오늘밤도 산책을 위해 길을 나섰다. 집 앞에 몇달 전 새로 생긴 빵집을 지나친다. 가끔 문 닫을 11시쯤 들르면 빵을 몇개 더 챙겨주는 인심 좋은 청년? 아저씨가 있다. 아저씨라고는 했지만 아마도 내 또래일 것 같은 제빵사 아저씨. 빠리바게뜨나 뚜레쥬르 같은 프랜차이즈는 맛도 없을 뿐 더러, 그닥 빵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빵집에 갈 일이 별로 없다. 그런데 동네 빵집은 뭔가 정이 간다. 그래서 엄마 먹을 빵을 사려고 몇번 간 빵집이다.

• 빵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홈베이킹은 배우는 나. 뭔가 모순되지만, 2016년부터 시작한 이 배움은 오늘, 토요일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일단 만드는 과정도 재밌고, 다 만들고 난 후의 뿌듯함.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만든 빵을 나눠주는 기쁨이 확실하게 있다. 갓 만든 빵은 언제나 제일 맛있기도 하다.

그런데! 그 아저씨가 담배 피우는 모습을 봤다. 물론 내 주변에도 절친 흡연자가 있어 흡연을 뭐라 할 수 없고 존중한다. 그런데! 담배꽁초 버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것도 나무 아래에.

길을 걷다보면 담배꽁초를 버리고, 쓰레기를 나무 외롭지 말라고? 그 곁에다가 버리는 사람을 종종 본다. 그때마다 내 표정은 일그러진다. 너무 싫다. 왜 자신이 만든 쓰레기를 마구 길거리에 버리는 거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런 내가 그 아저씨의 행동을 보고 든 생각은? 아, 이제 저 빵집 못가겠다. 순간적으로 든 생각에 나조차도 그 정도일까 싶었다. 몇번이나 반갑게 인사하고 서비스 빵에 웃으며 감사하다고도 말한 사이인데... 그치만 어쩔 수 없다. 이런 내 마음은. 이런 생각을 시작으로 걷기 시작했다.

태풍 링링이 때문에 길거리엔 좀비도, 사람도 거의 없었다. 뭔가 기분이 좋아지려고 한다. 아무도 없는 거리를 걷는다니. 부러지고 쓰러진 나무와 떨어진 나뭇잎, 가지들을 많이 봤다. 태풍의 위력이 이 정도구나. 걷다가 떨어진 나뭇가지에 맞으려나? 싶은 생각이 들다가. 바람 때문에 바닥에 떨어진 담배꽁초로 얼굴을 맞게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미쳤다. 정말 싫을 것 같다는 생각에 다시금, 아 담배꽁초 길거리에 버리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또... 이 일기를 올리고, 이 글을 누군가 본다면 담배꽁초 버리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줄어들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아, 오늘 생각이 너무 많다.

• 담배하니 생각나는 에피소드 1.

내 친구 고은이 이야기. 2년 전 우린 같이 자전거를 타고 합정에 유명하다는 카페에 갔다. 이름은 앤트러사이트. 유명한만큼 사람도 많고 커피 맛도 좋았다. 자전거를 주차하고 옥상에서 커피를 마시다 보니, 내 자전거(이름은 사월이, 4월에 사서 사월이) 옆에서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고 또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리는 모습을 보았다. 내가 고은이에게 아 내 사월이... 담배꽁초... 긴 말하지 않았는데 고은인 곧 내 마음을 이해했다. 자신이 담배 피우러 가서는 다 태우고, 사월이 주변에 있는 담배꽁초를 다 주워서 버리고 온 것이다. 옥상에서 그 모습을 다 지켜보고 난 정말 감동받았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는 이런 아이구나. 역시 멋져. 사랑스러운 내 친구다, 하고.

다시, 오늘의 일. 나는 잘 걷고 조금은 더 행복해져서 돌아와 이렇게 일기를 쓰고 있다.

혹시나, 이 글을 보고 담배꽁초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된다면 좋겠다. 내가 버린 담배꽁초나 쓰레기로 얼굴을 맞게 된다고 상상해보면 어떨까. 링링이가 온 날 밤. 모두들 위나잇하세요. : )

20190907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