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퇴근길, 가끔 엄마가 깜짝선물처럼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날 기다린다. 오늘 오랜만에 나와있는 엄마를 만났다. 나의 영원한 베프, 경순님.
눈인사를 하고 엄마가 향한 곳은 편의점. 캔맥주 4개와 전용컵이 세트인 상품을 사려고 하는 엄마. 나와 다르게 술도 잘 못하고 맥주를 좋아하지도 않는 엄마가 날 위해 두 박스나 사준다고 한다. 총 8캔이라니, 거절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엄마는 그 안에 든 맥주잔이 꽤 마음에 든 듯하다. 며칠 전에도 사준 그 맥주, 블랑.
맥주 득템에 기쁜 마음도 잠시, 오늘 내 속상한 마음을 토로할 사람이 없어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근데 나 안좋은 일이 있어... 엄마는 놀란 눈으로 날 봤다. 위아더나잇이 원래 5명이거든. 근데 한명이 탈퇴해서 이제 4명이 활동해... 엄마는 너 회사 그만 뒀다는 줄 알았다고 한다. 엄마에게 위나잇의 역사를 말하며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고, 함께 음악한지가 15년이 훨씬 넘었다며. 이상하게도 내가 제일 좋아한 멤버도 아닌데 함께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허하다고, 슬프다고 설명했다.
분명 불화나 이런 건 아니고, 뭔가 다른 계획이 있는 거겠지만, 그래도 아쉽다고 그랬더니 엄마는 잘된 일이라고 축하해줘야 한단다. 4명도 좋단다. 그래서 나중에 같이 공연갈래? 가서 티라미수 케익 나오면 춤춰 줄거야? 물어봤다. 그러고는 웃어버렸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엄마에게 농담을 한답시고, 실은 나 회사도 관뒀어. 이랬더니, 엄마는 그까짓 거 내가 먹여살리지 이런다. 우아, 그러면 난 기생충처럼 빌붙어서 살까? 냉장고에 있는 맥주 축내면서? 깔깔깔. 재밌겠다아- 하면서 웃어재낀 오늘의 퇴근길 에피소드.
20190828,
위나잇과 함필립님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며-
눈물 훔치며, 또 씨익 웃어보며-
위아더나잇 노래 중 제가 가장 사랑하는 <서로는 서로가>를 추천합니다. 이 노래를 처음 접한 지난 겨울, 단번에 제 눈물샘을 자극해 울컥하게 만들었죠. 언제 들어도 매번 위로가 되는 노래입니다. 20161018 <녹색광선>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영화 <녹색광선>을 모티브로 했다고 합니다. (보컬 함병선님의 앨범 소개글은 필수이자, 백미입니다.)
누구에게나 녹색광선이 필요하듯, 제게는 위아더나잇이라는 존재가 분명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