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주도 암호화폐, 우리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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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의 본질은 자유, 그리고 탈중앙화입니다. 암호화폐는 기존 화폐와 금융권에 대한 도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민간이 암호화폐를 발행해 유통하게 되면서 화폐발행이라는 중앙은행 고유권한을 흔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국가주도 암호화폐’가 생기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20일 7억3500만달러(7900억원) 상당의 암호화폐 '페트로'를 사전 판매하는데 성공했는데요. 페트로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지난해 12월부터 추진한 암호화폐입니다. 페트로는 베네수엘라산 원유 가격에 연동돼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 제재로 인한 자금경색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페트로 발행을 준비해 왔다고 합니다.
베네수엘라 경제의 몰락이 미국의 제재뿐 아니라 마두로 정권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과 독재에 바탕을 둔 만큼 이번 실험이 궁지의 몰린 마두로 대통령이 준비한 ‘쇼’에 그칠 것이라는 부정적인 분석과, 페트로 발행을 계기로 암호화폐가 원자재 가격변동 위험을 없애 자원부국들이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적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로 전문가의 의견은 엇갈렸습니다.

베네수엘라의 뒤를 이어 이란 정통부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란의 중앙은행인 포스트 뱅크가 암호화폐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란은 현재 글로벌 지불 네트워크인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등의 서비스가 차단된 상태입니다. 베네수엘라처럼 미국 등의 경제 제재로 인한 심각한 경제난을 타개해야 하는 상황이며, 정부주도의 암호화폐 발행을 통해 그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밝혔습니다.

러시아 정부도 서방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정부 주도 암호화폐인 ‘크립토루블(cryptoruoble)’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처지가 비슷하기 때문인데요. 양국 모두 산유국이며, 미국으로부터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권한을 벗어나기 위해 국가주도 암호화폐를 발행한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다른 의미로의 탈중앙화이기도 합니다. 기존의 제도에 의해 위험에 처했고 구제방법이 없는 경제상황을 새로운 제도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선진국 또한 국가주도 암호화폐를 발행할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뱅크는 올해 말까지 e-Krona(가칭)라는 이름의 국가 암호화폐를 발행할 수 있도록 연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국가 암호화폐의 도입 수순을 밟고 있으며 2019년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영국 역시 2015년부터 잉글랜드 은행에서 자체 연구조직을 통해 비트코인과 유사한 암호화폐를 연구 중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일본은 금융상품의 일종으로 가상화폐의 가능성을 인정, 조심스레 제도권 편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미국은 비트코인을 시카고 선물거래소에 상장해 암호화폐를 제도권 내에 편입시키기도 했지만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로써 누리는 이익을 굳이 포기하면서 적극적인 암호화폐시장 진입 및 법정통화 대체를 하진 않을 전망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반면 우리나라는 암호화폐 강경 규제에 힘쓰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적인 암호화폐 추세는 권력층이 암호화폐를 억누르는 대신 가능성을 발견하고 어떻게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사용할 지 고민 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의 탈중앙화라는 개념을 이론으로만 적용한 채 실질적으로는 국가 또는 기업이 주도하려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과도기 상황에서 섯부른 결정을 내리는 것은 엄청난 리스크를 부르지만 규제만으로는 세계적인 암호화폐 추세에 뒤떨어질 수 있습니다. 하루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