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르니일기, 열 다섯 번째 이야기]
'삶이 무거워짐을 느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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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5
오늘은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기일이다.(음력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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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뵙던 얼굴인데, 오늘 유독 할아버지의 얼굴이 더 자세히 보였다.
깜짝 놀랄만큼 닮은 아버지의 얼굴이 보였고,
그 안에 조금씩 닮아가는 내 얼굴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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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주워 온 아이는 아닌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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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을 가도, 삶의 마지막이란게 나와는 상관없는 것 같았는데,
서른이 넘어가니 물을 먹고 조금씩 조금씩 무거워지는 솜처럼
아주 조금씩이지만 그 무게감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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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보이지 않던 아버지의 흰머리가 보이고,
전에는 보이지 않던 아버지의 주름이 보일 때,
나는 조금씩 내가 무거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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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얼굴에서 아버지가 보이는게 좋지만,
가끔은 그게 내가 무거워지고 있다고 알려주는 것 같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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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가볍기만 할 줄 알았는데,
조금씩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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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도, 나처럼 이 무게를 느끼셨을거라 생각하니
슬프면서 무섭고, 무서우면서도 감사하다.
내 몫의 무게까지 얼마나 무거우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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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보니, 주어진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어서 빨리 아버지 몫의 무게를 안고, 가볍게 해드리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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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둘이서 전국을 돌아다녔던 것처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
한없이 가벼워 만화책 사달라고 울고 불고하던 그때의 나처럼,
가벼워진 아버지와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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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사진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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