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 희망

in kr •  2 years ago 

벌써 30년이 다 되어가는 고등학교를 다니던 어느 날이었다.
우리반의 담임 선생님이었던 국어시간에 있었던 이야기 이다.

선생님은 평소와 같이 수업에 들어오시고 인사를 받고, 말없이 칠판에 무언가를 쓰셨다.
-장래 희망-
을 쓰신 후 10분간 생각할 시간을 주셨고, 맨 앞줄부터 순서대로 발표하라고 하셨다.
칠판을 무심히 보고있던 나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초등학생 같은 아이도 아니고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장래 희망이라니,
그 당시 나는 아무 생각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존재였다.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은 생각 조차 하지 않고 살아가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던 때 였는데 갑자기 장래 희망이라니 무슨 말을 지어내어야 하나란 생각만 들 뿐이었다.
앞에 발표한 친구 중에 없다고 한 친구 몇은 자리에 앉지 못하고 서서 장래희망을 지어내고 있어야 했다.
나도 그냥 없다고 할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앉지 못하는 몇명에 들고 싶지는 않았다.
앞에 한 친구들의 발표는 귀에 들리지도 않았다.
시간은 흘러 내 차례가 되었다.
일어 나는 순간 머리에 스쳐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저는 평범하게 사는 겁니다.
-뭐?
-평범하게 살자입니다.
주변에서 웃는 소리가 살짝 들렸다.
못들은 누군가는 짝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는 소리도 들린 듯 하다.
선생님은 잠시 날 쳐다본 후 더 이상 질문도 없이
-다음
이란 말씀만 하셨고, 나 또한 별일 없었다는 듯이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선생님이 무슨 질문을 하셨더라도 난 아무 대답도 못했을 것이다.
그 순간 왜 그런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는지 아직도 난 모른다.
그렇게 그날 국어수업은 아무 생각 없이 끝이 났다.
-야! 평범하게 사는게 무슨 장래 희망인데?
-몰라 그냥
-병신! 매점이나 가자
친구 손에 끌려서 매점을 가는 중에도 난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평범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 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평범하게 대학교를 입학하고
평범하게 군복무를 마치고
평범하게 대학교를 졸업하고
평범하게 취업을 하고
평범하게 결혼을 하고
평범하게 집을 사고
평범하게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육아하고
평범하게 나이를 먹고
그리곤 어느 날
평범하게 생을 마감하는...

난 지금까지의 삶에 무엇 하나 평범했던 것이 없었다.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You've got a free upvote from witness fuli.
Peace & Love!

  ·  2 years ago Reveal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