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페미니즘은 과격해서 싫어."

in kr •  7 years ago  (edited)

페미니즘을 글 하나로 정리하기엔 너무나 어려운 주제이다.

늘 강조해 온 것이지만, 이것의 정의는 굉장히 간단하고 옳다.

페미니즘 : 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여러 형태의 사회적/정치적 운동과 이론들을 아우르는 용어

이것을 정리하기 어려운 이유는, 권력을 쥔 자들은 그것을 쉽게 내려 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늘상 그래 왔다. 그것을 손에 쥐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달콤하니까.


한국은 왜 여성 혐오 사회일까?

사실 이렇게 글로 설명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좀, 웃긴다.여성혐오는 한국에만 있나? 그렇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혐오는 끊이질 않았다.
역사가, 미디어가, 여러분의 부모님 세대의 사고관 혹은 여러분의 무의식이 말해준다.
그러나 소제목에 굳이 '한국'을 붙힌 이유는, 이 사회가 너무나 가부장적이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많이 좋아지지 않았냐고 말하지만, 결국 그들의 무의식의 뿌리는 가부장제다.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남성은 둘로 나뉘는 것 같다.
여혐이 왜 여혐인지 정말 모르는 사람과 알면서도 '내가 더 힘들어' 라며 이를 부정하는 사람.
대부분은 후자에 속한다.


가부장제 많이 없어지지 않았어?

글쎄,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세상은 그렇지 않다.
가부장적인 사람 그 누구도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그들의 우월성은 무의식적으로 나온다.

출처 : 유튜브 오마르의 삶


남자 전체를 욕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아.

남자 전체를 욕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하는 것의 대표중 하나는 "잠재적 범죄자"라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한 일화가 하나 있다.

철학 강의 시간이었다. 한 조가 '착각과 편견'이란 주제로 발표를 했다.
발표를 끝마치면서 조원 하나가 말했다.
"여러분, 만약 밤 늦은 골목길에서 여자가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남자가 뒤에 나타났어요.
이 여자는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겠죠. 하지만 많은 남성들은 이것에 대해 잠재적 범죄자로 몰린 것 같아서 기분이 안좋다고 해요. 저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여성들이 그 상황에서 두려움을 느끼게 된 이유 자체는 우리는 이미 밤늦은 시간에 인적이 드문 거리에 있으면 범죄를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뉴스나 기사같은 것으로 너무나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것은 우리의 방어기제란 것이다. 그런데 그것에 대해 잠재적 범죄자로 몰린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생존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보다도 그들의 기분이 우선시 된다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던 찰나에,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게 정말로 편견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들이 크게 착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한국은 특히나 안전불감증이 심한 나라예요. 아무리 끔찍한 일이 일어나도 그것의 피해자가 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잘 하지 않습니다.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죠. 안전이라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입니다.
저도 밤 늦은 시간에 골목길 지나가면 무섭습니다. 하물며 여러분은요?
잠재적 범죄자로 몰리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 여성을 위한 안전 시스템이 역차별을 일으킨다는 것은 안전보다도 본인들의 입장만을 내세우는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역차별을 논하기에는,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의 전반적인 의식 수준이 낮다는 것입니다."

혹여나 저 문장을 오해하는 사람은 없으리라고 믿는다.
저것은 단지 생존에 대한 두려움을 '기분이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말하는 교수님의 충고이다.


그래 알겠어. 근데 남혐도 심하지 않아?

남혐은 보통 "한남"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나온다.
이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똑똑히 기억한다. 2010년에, 그러니까 내가 초등학교 6학년때 겪은 일이다.
남자애들이 모여서 한 여자애를 욕하고 있었는데, 그 애를 '김치녀'라고 욕했다.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서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검색해 봤다.
쉽게 말하면 된장녀의 연장선이었다. 남자한테 기생해서 살아가려는 여자.
그런데 중요한 점은, 그 여자애는 '김치녀' 짓을 하지도 않았으며,
인터넷에 '김치녀'라는 단어를 검색했을 때 내가 본 수많은 글들은 그저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는 여자를 '김치녀'라 칭하고, '한국여자는 다 김치녀다'라는 주장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굉장한 충격이었고, 이 충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중학생 시절에도 '김치녀'란 단어는 끊이질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인지, 3학년인지. 그때 쯤 김치녀를 비롯한 모든 여성혐오 단어를 미러링하는 '한남'이란 단어가 나왔다.
한남이란 말을 들은 남성들은 본인이 남성 혐오를 당했다고 말하며 그 단어를 쓴 여성들에게 윽박질렀다.
그들은 과연 '김치녀'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에게, 여성 혐오 단어를 쓰는 사람들에게 윽박질렀을까? 솔직해지자면 '한남'이라는 말을 들은 사람들의 대다수는 여성혐오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니까, 남혐이 심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지금까지의 여혐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했더라도 "때렸다고 똑같이 때리면 그사람과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편이다.

상대방이 나에게 나쁜 짓을 하더라도 똑같이 되갚아주는 행동은 잘못되었다는 말에 요즈음 반감을 느낀다.
상냥한 페미니즘을 했을 때 내가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래디컬(급진) 페미니스트인 것은 또 아니다.
나는 온건과 급진 그 중간 어디쯤이다.
래디컬 쪽의 행동을 썩 좋아하는건 아니지만, 그저 방관한다.
페미니스트가 되기 전까지 여성 혐오를 방관했던 것처럼, 그것도 방관한다.
여성 혐오를 두고 그게 잘못이라고 당당하게 외치지 못했던 내가 레디컬의 행동을 지적할 수 있을까.

어쨌든, 남성 혐오가 심하다고 말하기 전에, 본인은 여성 혐오에 맞서 무엇을 했는가를 먼저 생각하는게 이치에 맞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왜 과격한 페미니즘에 반감을 느끼나?

겨우 본론이 나왔다.
과격한 페미니즘에 반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본인이 더 우월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두고 볼 수가 없는 것이다.
결론은 그랬다. 결국 화살은 공격받아서 과격해진 페미니스트에게 돌아갔다.
적어도 그들에게 잘잘못을 따지고 싶다면, 여성 혐오가 만연한 사회와 그것을 행했던 사람들에게 먼저 따지는게 맞지 않을까.

위에도 언급을 했지만, 래디컬을 좋아하진 않는다.
그저, 그들에게 과격한 행동을 취하지 말라고 하기 전에 왜 그들이 그렇게 변했나를 먼저 생각해야 할 때임을 여러분에게 전한다.


영상 공유를 허락해 주신 오마르님께 감사함을 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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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오늘날의 젠더규범과
퀴어감성, 여성학에
관심이 생겨서 여러가지를 알아보고있습니다.

스팀잇에서 이런글을 보게될줄은 몰랐네요
오랜만에 좋은 글을 보게된것 같습니다 :)

댓글 감사합니다. :) 사실 글을 쓸 때 굉장히 횡설수설했고, 거의 3시간은 잡고 쓴 것 같습니다.
그리 대단한 글도 아닌데 말이죠. 그저 여성혐오를 하지 말아달라는 글인데..뭐랄까, 민감한 주제라서 이것에 대해 말하는 것은 늘상 제게 두려움을 줍니다.
하지만 저는 모든 여성의 행복을 위해 글을 쓸 것입니다.

여성학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책을 추천해드릴게요.
남성분이시라면 맨박스를 정말 강추하고,
그 외에도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등을 추천해 드립니다.

다시 한 번 댓글 감사드려요.^^

제가 잠시 외국에 있었을때 페미니즘 시위를 본적이 있었는데, 소리지르며 몸싸움하고 부수고.. 그 안에는 젊은여성,남성도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들 까지 계셔서 문화 충격이였습니다.
최근에 미국에서 있었던 페미니즘 시위도 대규모의 스케일로, 각종 헐리웃 스타들까지 모여서 하는걸 보면... 한국 페미니스트에게 과격이라는 단어는 못붙일듯 합니다..ㅎㅎㅎ
어려운글 잘 정리해서 쓰시느라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할게요! 팔로우 하고 가요!

  ·  7 years ago (edited)

감사합니다. 사실 한국 페미니스트가 하는 것은 인터넷에서 행해지는 미러링이 다라고 할 정도로.. 해외랑 비교했을 때 굉장히 그 수위가 약한 편이죠.
그런데도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 중 다수가 '우리 사회는 가부장적 사회이고 여성 혐오가 당연시 되었던 사회이다'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한국 페미니즘은 외국 페미니즘보다 수준이 낮다고 생각합니다. 실상은 전혀 다른데 말이죠.
그들이 이를 받아들일 때까지 저의 싸움은 계속 됩니다. 싸움을 멈추면 더욱 약해질 뿐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 편안한 밤 되세요.

"우리 사회는 가부장적 사회이고 여성 혐오가 당연시 되었던 사회이다."

모두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지금도 그 사실을 받아드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건전한 페미니즘 운동을 지지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네요.

오늘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

예전 명절에 시아버지가 자신이 설거지 도울테니 며느리에게 맘 편히 오라는 현수막을 보고 그래도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서야' , 그리고 '도움' 이라는 것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반성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멀지요. 항상 글 감사합니다.
(PS. 래디컬이라는 분들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기는 하지만 너무 많네요 ㅎㅎ 발목잡기가 아닐까 자기검열 하게 되는 부분도 있구요.)

사실 그 래디컬에 대한 생각은 늘 끊이지 않아요. 어느 정도부터를 래디컬이라 칭할 수 있을까, 결국 그들을 막으면 자기검열이 되는거 아닐까.
더욱 폭력적인 짓을 한 상대방에게 돌아가는 화살은 아무것도 없었는데 말이죠.ㅎㅎ
저도 늘 eversloth님께 감사하고있어요. ^^

부지런히 사안별로 판단하는 수 밖에 없는 것 가 아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네 eversloth님도요 :)

미약한 풀보팅 하고 갑니다 🙏🏻

정말 감사합니다.
저를 찾아와주시는 분들께 늘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로 찾아뵐게요 :)

풀봇!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용기를 가진 넌 멋져!

고마워 :D 진보와 여성인권의 관계도 흥미롭게 봤어 ㅎ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는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한국남자입니다. 다른 페미니스트들에 대해서 제가 함부로 이야기할 입장은 아니지만... 확실한 건 여성차별을 저지르는 남성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이고 그 남성들의 차별행동은 우리 남성들이 막아내는게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안녕하세요. 요즘 너무 바빠서 댓글을 이제 확인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상호교차성 페미니스트로서 남성과의 연대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