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을 위한 안전한 피임방법 - 종로한의원

“한약으로 지울 수 있나요”
예전에 TV드라마에서 봤다면서 조심스럽게 물어본 환자가 있었습니다. 결혼을 앞두고는 있지만 아직 임신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요. 저는 그런 경우라면, 예비 남편과 잘 상의해서 출산을 고려해보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임신 중절의 경우 여성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수술후유증으로 향후 난임을 유발할 수도 있거든요. 한 달 뒤 내원한 환자분은 출산하기로 결정하고 그 뒤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고 하여 진심으로 축하해줬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피엔딩이 기대되는 상황보다 걱정스러운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2019년 흔히 “사후피임약”이라고 부르는 응급피임약을 처방 받은 약 98만 건의 연령 분포를 조사했습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51.6%로 가장 많았고, 그 뒤로는 30대(26.8%), 40대(11.6%), 10대(9.3%)순으로 많았습니다. 피임 없이 성관계를 한 이후 응급피임약을 복용하는 경우 평균 피임율이 85%로 나타나고, 반복해서 사용할수록 피임효과가 점점 떨어집니다. 응급피임약은 고용량의 호르몬으로 배란을 억제하거나, 착상을 방해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부작용으로는 출혈 뿐만 아니라 오심, 복통, 어지럼증, 무기력, 두통, 유방통 등의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부작용이 나타나는 사람 중 31%에서 출혈이 나타나는데, 문제는 이 출혈을 생리라고 착각하고 안심하다가 뒤늦게 임신을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입니다.

2015년 대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44.4%가 성경험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고, 임신을 확인하였을 때 임신중절을 선택하는 여학생의 경우는 94.4%였습니다. 또한 임신중절을 선택한 후 중절 시술로 인한 생식기 관련 합병증의 경험률은 17.5%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피임관련 교육이 좀 더 적절한 시기에, 효과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타 과에 비해 성관련 지식이 높은 보건계열 대학생들의 경우, 성적자기주장 점수가 높았고 피임 실천률이 높았던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피임 방법이 있지만, 권하고 싶지 않은 방법은 월경주기조절법과 질외사정입니다. 월경주기조절법은 배란이 되는 날짜를 계산하여 배란일 전후 5~6일을 임신가능기간으로 보고, 그 때만 성관계를 피하는 방법입니다. 생리 주기가 일정하지 않거나 배란이 불규칙한 경우도 있어 일반실패율이 24%에 달합니다.(실패율 1위) 그리고 성관계를 하다가 사정 직전에 관계를 멈추고 질 외에 사정하는 방법을 질외사정법이라고 합니다. 사정 전 윤활 작용을 도와주는 쿠퍼액에도 정자가 들어있고, 사정의 정확한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도 있어 일반실패율이 22%나 됩니다(실패율 2위). 성관계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오르가즘을 느껴 몸과 마음의 만족과 절정 끝에 찾아오는 안정감과 이완을 충분히 느끼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정 직전 갑자기 성관계를 멈추는 행위는 여성의 성관계 만족감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말하는 기운이 잘 소통하지 못하고 멈춰버리는 증상인 기울(氣鬱)을 유발할 수 있는 거죠. 기울증이 심해지면, 우울감을 넘어서 두통, 가슴 답답한 증상, 구토와 트림 등의 소화 장애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별 생각 없이 질외사정법을 선택했다면, 남성의 성적 만족에는 큰 영향이 없을 수 있지만, 낮은 피임율 뿐 아니라 여성을 위한 배려와 관심이 너무 부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피임 방법으로는 성관계 전에 호르몬제를 복용하거나, 호르몬 주사제, 자궁에 호르몬 장치를 삽입하는 방법(IUD, 미레나), 피임 패치를 부착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실패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장점이 있으나, 반복될 경우 생리불순, 자궁 및 난소의 기능 이상, 난임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습니다.
가장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피임법은 바로 콘돔입니다. 일부 남성들의 경우 성관계 만족도가 떨어지는 이유로 콘돔을 기피하고, 다른 방법을 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성의 건강보다, 예상치 못한 임신에 따른 책임과 스트레스보다, 본인의 기분만 우선시 하는 아주 이기적인 태도가 아닐까요?

올바른 콘돔 사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의외로 콘돔 피임법의 일반실패율이 18%나 되는데요, 이는 사용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정식으로 유통되는 콘돔을 구매하고, 유통기한을 반드시 확인합니다.
포장지를 열거나 착용할 때 손톱에 의해 콘돔이 손상되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콘돔의 끝 쪽에 볼록하게 나와 있는 부분을 착용 전에 살짝 비틀어서 공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착용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성관계 도중 찢어지거나 샐 수 있습니다.
성관계를 하다가 중간에 콘돔을 착용하는 것이 아니라, 성관계 시작 전 발기된 상태의 음경에 정확하게 착용하고, 사정 후에는 연속 사용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콘돔을 제거합니다.
더 확실한 피임 효과를 위해 2장을 겹쳐서 착용하는 것은 오히려 마찰에 의해 파손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론상으로 낙태를 할 수 있는 한약 처방은 있지만 수술보다 효과적이지 않겠죠. 실제로 그런 처방을 사용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 그 대신 이렇게 내 몸을 위한 안전한 피임법을 알려드리기 위해 앞으로도 부지런히 노력하겠습니다.

남녀가 서로 사랑하는 만큼, 원치 않는 임신을 건강하고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피임법에 대해 미리 잘 알고, 준비하고, 바르게 실천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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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https://news.joins.com/article/23611188 응급피임약 처방 10건 중 1건은 10대…남성 처방도 다수.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1/04/2016010402887.html 피임 소홀한 20~30대…응급피임약에 의지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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