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가 다녀갔다.

in kr •  6 years ago 

천사가 다녀갔다.


천사는 예고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아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싶어했던 그 천사는
교수님과 선약이 있다는 아들의 말에
그저 안타까움만 드러냈다.


천사가 다녀갔다.

필요한 건 없느냐는 천사의 질문에 아들은 그저
쌀과 반찬이 필요하다고 상투적으로 대답했다.

알겠다고 대답을 한 천사는 아들의 집에
쌀과 반찬은 물론 아들이 평소 좋아하는 오렌지 주스와
과자들까지 잔뜩사두었다.


천사가 다녀갔다.

아들 집에 잔뜩 쌓여있던 설거지거리들은
윤이 날 정도로 깨끗이 씻겨져있었고,

잔뜩 어질러진 집안은 언제 그랬냐는 듯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평소 집에서도 집안일을 도맡아하는
천사에게 아들의 집에 와서도
똑같은 일을 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아들은 몹시 괴로워한다.


천사가 다녀갔다.

졸업을 앞둔 천사의 못난아들은
오늘도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그에게 집은 그저 잠을 자는 곳
정도의 의미로 전락해버린지 오래다.

이런 집에 오늘 천사가
다녀갔다는 것을 알게 된
아들은 슬픔에 잠겼다.


천사가 보고싶다.

못난 아들은 천사에게 받은 사랑을
되돌려줄 수 없음에 괴로워한다.

천사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들은
그저 이렇게 혼자서 스스로에 대한
푸념만 늘어놓고 있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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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천사님께 감사의 표시를 해야겠어요. 깨우쳐주셔서 감사합니다.

맞아요 씁쓸한 밤입니다 ㅠㅠ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감사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