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닌 밤새도록 물을 긷더니 뒤안 모퉁이에 앉아 찬물만 듬승듬승 온몸에 퍼부었어요.
엄닌 찬물 한 사발도 조선장에 버무린 산나물도 오래 오래 묵혀둔 곶감도 두 손으로만 고이고이 올려 생신상을 차리다가 촉촉히 젖은 눈시울일랑 아무도 모르게 훔쳤지요.
엄닌 겨울산을 훌쩍 넘은 아비가 북으로 가서 살아있을지도 모르는데 어찌 이게 제사상이겠냐며 생신 상이라고 생신 상이라고 나에게 몇 번이나 다짐을 받아내기도 했었지요.
그런데 말이에요. 어머닌 삼월 삼짇날 시집온 이야기하며 비녀로 쪽을 찐 이야기하며 아비를 처음 본 이야기를 하다가도 이놈아 늬 아비 반만이라도 따라갈 수 없냐며 억지성을 내기도 했단 말이에요. 내 나이 고작 열두 살 때에
[출처] 주제 시 모음 [5] - 「어머니」|작성자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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