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동평양면옥

안녕하세요?

제가 평양냉면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시기는

작년 여름, 회사 근처 코다리냉면집에서
예전 팀장님께서 당신은 평양냉면을 좋아하신다고 살포시 고백하신 때였어요.

그전까지는
나는 간이 센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
감자옹심이같은 강원도 음식마냥 접하게 되면 좋아하리라... 생각만 했을 뿐

접할 기회가 없었지요.

불현듯 어느날 퇴근길
저는 동대입구역에 하차하여 혼자 평양면옥을 찾아갔어요.

내맘대로 되는 것 없는 세상.
먹기라도 맘대로 해야겠다.
오늘은 '무엇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하루를 만들어야겠다. 이런 마음이었을거예요.
(지금도 야근을 하면 종종 이런 충동적인 마음으로 새로운 곳에 찾아가보곤 합니다.)

그리고 평양냉면에 대한 사랑이 시작되었어요.

면. 먹고 있는데 계속해서 흡입하게 되는.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더 사랑하고 싶은 갈증

육수. 면을 흡입하며 막힌 목을 적당히 적셔주는.
...그리고 별로 싱겁지도 않았어요.

첫사랑은 강력하여, 반 년넘게 제일 좋아하는 냉면집이라고 생각하던 곳이지만,
사람 마음은 변하기 마련으로 지금은 여러 냉면집을 좋아하고,
새로운 곳에 찾아갈 마음도 충만하지요.

오늘은,
평양냉면에 관심을 갖게 해주신, 지금은 좋은 곳에서 잘 지내고 계신 예전 팀장님과
평양냉면을 처음으로 접하게 된 장충동 평양면옥에 갔어요.

여기 매장이 꽤 넓어서, 방문할 때마다 기다린 적이 없었는데,
남북정상회담의 여파인지, 12시도 안되었는데 줄을 서야 했답니다...
꼭 평양냉면이어야 했나...? 나는 왜 더 빨리 평양냉면을 좋아하지 못하였나...?

이렇게 어느 곳이든 방문할 때마다 기다려야 한다면,
당분간 평양냉면 먹지 못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