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책방] 그리스인 조르바 번역 비교

in kr •  6 years ago  (edited)

illustration by @carrotcake


그리스인 조르바

예전에는 이윤기 씨가 번역한 책을 읽었고
지금은 유재원 씨가 번역한 책을 읽고 있다.

유재원 씨의 번역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그리스어 원전을 번역한 책이다.


이윤기 번역

번역이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이런 표현이 있었나 싶어 예전 책을 꺼내보면
번역이 다르다.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유재원 번역

이윤기 번역유재원 번역
항구 도시 피라에우스에서 조르바를 처음 만났다.내가 그를 처음 만난 건 피레우스에서였다.

첫 문장부터 다르다.

유재원 씨는 도시에 대한 설명 없이 '피레우스'라 했지만 이윤기 씨는 '항구 도시'라는 말을 붙였다. 유재원 씨는 화자, '나'를 넣었고, 이윤기 씨는 넣지 않았다. 무엇보다 '조르바'라는 이름의 유무가 크게 다르다. 이윤기 씨 번역에는 첫문장에 '조르바' 이름이 나오고, 유재원 씨 번역에는 이름이 나오지 않고, '그'라고만 표현된다.

이윤기 번역유재원 번역
그래, 어떨 것 같나? 아침 인사는 술집에 나와 하고, 저녁 인사는 하숙집에 가서 하지! 내 사는 게 이 모양이야. 일거리가 있어야지.어떠냐고? 아침이면 카페 가서 '안녕'하고, 저녁에는 집에 가서 '안녕'하지. 아침에는 카페에서 '안녕', 저녁에는 집에서 '안녕', 이게 내 일과야. 일이지, 에이!"

이윤기 씨 번역에 '술집', '하숙집'으로 표현된 게 유재원 씨 번역에는 '카페', '집'으로 나온다. 전달되는 느낌이 상당히 다르다. '일거리가 있어야지'와 '일이지' 또한 상당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이윤기 번역유재원 번역
"산다는 게 징역살이지." 카라기오지스 극장에서 개똥 철학 나부랭이를 주워들은 듯한 텁석부리가 말했다. "암, 징역도 종신형이고 말고, 빌어먹을.""인생이란 무기징역이지. 빌어먹을 무기징역!" 카라기오지스로부터 철학을 배운 짙은 콧수염의 사나이가 말했다.

이윤기 씨는 대화를 나누어 적었고, 유재원 씨는 한 문장으로 적었다. '종신형'과 '무기징역'이 다르고, '텁석부리'와 '짙은 콧수염의 사나이'라는 표현이 다르다. 텁석부리는 '수염이 짧고 더부룩하게 많이 난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한국어 사전)인데, 남자에 대해 주는 느낌이 상당히 다르다.

이윤기 씨는 '개똥 철학 나부랭이를 주워들은 듯한'이라 하였고, 놀림조로 이르는 말인 '텁석부리'를 사용해 남자를 표현한 반면 유재원 씨는 '철학을 배운' '짙은 콧수염'의 사나이라고만 했다. 같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초반 몇 문장을 비교한 것 뿐이다.

그 후에도 번역이 다른 부분은 상당히 많고,
위처럼 의미가 다르게 해석되는 곳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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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번역은 다른 번역과 특히나 다르게 더 조심스러운 것 같습니다. 어떤 작가들은 번역본을 읽고는 자신의 책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책이라고 까지 일컫는 작가도 있을 정도니까요. 여유가 된다면 다 읽어보고 원전까지 읽어볼 수 있으면 제일 좋겠지만 역시나 한국말의 맛을 최대한 살린 번역이 더 와닿지 않을까 합니다. 조금이나마 번역을 해보면서 많이 어렵다는 걸 느끼는데 이렇게 비교된 문장들을 보니 더 세심히 신경써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문학번역은 무척이나 어려운 작업 같습니다. 정말, 좋아서가 아니면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는 이윤기 번역본을 읽었던 것 같은데 재밌는 접근이네요.
흥미롭습니다. ㅋㅋ

그럴 거예요. 유재원씨 번역은 올해 새로 나왔습니다. ^^

https://steemit.com/@yoon Most welcome your post is very nice

그간 한국에서 출간한 책들은, [그리스어->불어->영어->한국어]. 즉 삼중번역이었다지요. 직접 비교해 주시니 재밌네요.

이야기가 번역되되며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ㅎㅎ

흥미로운비교군요ㅎㅎ

감사합니다.

유재원 씨가 번역한 조르바는 이 글을 통해 처음으로 접하네요. 뉘앙스가 다른 것이 재미있네요. 카라기오지스가 극장 이름이라면, 이윤기 씨의 문장은 극장에서 철학을 배웠음을 강조하는 의역일 수도 있겠군요. 글 잘 읽었습니다.

유재원씨 번역은 올해 새로 나왔습니다. ^^ 감사합니다.

유재원님이 더 쉽게 읽히네요.ㅎㅎ

잘 읽히고 재미있습니다. ^^

번역이 어려운 이유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예시네요. ㅎㅎㅎ

문학 번역은 정말 어려운 작업 같습니다.

네. 어투 하나가 전체적인 의미를 좌지우지해서... ㅎㅎ 이윤기씨 번역을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정말 다른데요
심지어 표지부터 완전 다른책같습니다-

이번에 나온 문학과지성사 책(유재원 번역) 디자인 무척 마음에 들어요. ㅎㅎ

좋은 비교네요.
이렇게 차이가 나다니 놀랍습니다.
인공지능 번역까지 곁들이면 어떨까요?ㅎ

ㅎㅎ 그리스어 원문 번역까지 거치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감사합니다.

번역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이유군요. 느낌이 완전히 달라요.

의역이 어느정도 되어서 더 그런것 같습니다.
원문에 충실하느냐..
느낌을 주면서 하느냐...
정말 번역은 어려운 것 같아요

흥미롭네요. 영어로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찾아봐야겠어요.
영어 번역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

윤님, 제가 나중에 영어 번역본을 확인해봐서, 이 내용들과 영어 번역본과 비교하는 포스팅을 올려봐도 될까요?

지금 찾아보니 미국에서도 그리스어 - 영어로 바로 번역된 책이 2012년에 출간됐네요. 이전까지는 그리스어 - 불어 - 영어로 번역을 했었나봐요.

괜찮으시다면 위 번역본에 해당하는 영어 번역 부분도 함께 찾아서 포스팅해 볼게요. ^^

물론이죠. 그리스어를 번역한 영문판이 생각보다 늦네요. :) 비교하면 재미있을 거 같은 문장이 몇 개 더 있는데요. 오늘 올려 볼게요. ^^

오 재밌네요. 상당히 차이가 나네요. 완전한 번역이랑 역시 불가능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