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주르 한국 건축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강민희가 프랑스 건축가들과 함께 서울로 건축 답사를 마치고 쓴 책이 있다. <봉주르 한국 건축>이란 책이다.
그는 공간 사옥을 답사 첫번째 장소로 선정했다. 서울이고, 그들의 숙소가 있던 안국역에서 가까운 탓도 있겠으나, 그만큼 한국 건축에서 의미있는 장소였기에 선정한 이유도 있을 터였다.
공간 사옥은 아름다운 건축물을 알아보는 이들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근사하고 소중한 곳이다. 특히 건축가의 눈으로 보면 설계자의 정성과 고민이 구석구석 세심하게 묻어나 있어서, 프랑스에서 온 건축가들에게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었다.
공간 사옥은 한국 건축가들이 가장 좋아하고 가치 있다고 여기는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 건축물로 손꼽히지만, 일반 대중이나 해외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김수근 역시 한국 현대 건축의 아버지와 같은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 제대로 잘 소개하고 싶었고, 또 우리 일행이 공간 사옥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고 긴장됐다.
공간 사옥은 지금은 미술관과 카페로 이용되고 있어, 지나가며 들르기 좋지만, 당시에는 아직 미술관으로 바뀌기 전이었다.
답사 첫 순서는 물론 김수근의 벽돌 건물이다. 앞에 서서 간단하게 설명을 시작하기 무섭게, 연륜 있는 건축가들다운 반응이 튀어나왔다. 여러 번 왔던 나도 미처 보지 못한 디테일을 찾아내는 날카로움이라니. 덕분에 주 출입구 주위에 빗물이 잘 흘러가도록 섬세하게 처리해놓은 홈의 존재를 그제야 알아볼 수 있었다.
건축가들의 이야기가 좀 더 디테일하게 전개되었더라면 좋았을텐데, 건축에 대한 이야기는 아쉽게도 여기에서 끝난다. 그렇지만 이후에 이어지는 다른 건축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책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