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 연재소설] '길삼봉전' 6화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 •  7 years ago 

6화

자 지금부터 이야기 하는 건 정말 위험한 비밀이다. 그래. ‘절대 따라하지 마세요.’ 이런 거다. 나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믿는다.

전에 이야기 했듯이 나는 중국으로 건너가는 척 하면서 밀항선 선장을 달고 거기에 추가 작업을 했다. 그리고 중국에 내가 있다는 것들을 증빙할 작업들도 했다. 처음 계획엔 없었지만 가리봉 식구들도 도와줬다.

하지만 난 한국에 있었다. 바다에서 내가 중국의 배에 건너 탔다고 선장을 말할 것이다. 그러나 난 곧 다른 배에 또 옮겨 타서 바로 돌아왔다.

그리고 난 신분세탁을 했다.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대부분은 이제 잊었겠지만. 나는 죽은 걸로 해서 증발해버렸다. 분명 한국에 있었지만 내 소문은 중국으로 이어지고 죽음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증발했다.

신분세탁을 어떻게 했느냐고? 정말 이건 비밀이다. 절대 따라 해선 안 된다. 아니 따라서 해야 할 일을 하면 안 되겠다.

닥치고 알려달라고? 그래 말해준다. 중국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살아간다. 나를 닮은 사람도 많다. 어렵게 찾지 않아도 금방 찾을 수 있다. 단 돈이 필요하다.

나를 닮은 그 사람은 한국에 들어왔다. 엄청난 부자로서 들어왔다. 땅도 사고 심지어 건물도 샀다. 물론, 그는 직접 그 땅을 보거나 건물을 보지 못했다.

모든 건 전문적으로 그런 일을 하는 조직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나는 실제 그를 본 적도 없다. 그리고 그는 사라졌다. 누가, 어떻게? 이런 거 모른다.

언론과 경찰이 갑자기 증발한 나 때문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을 동안 나는 내 건물과 땅을 둘러보고 있었다.

열 받지 마라. 이 모든 거 절대 쉽게 그냥 먹은 거 아니다. 정말 치밀하게 서로가 서로를 모르면서 협조하는 조직들을 잘 관리해서 이뤄낸 것이다.

겉으로는 절대 티를 내지 않지만, 늘 외줄타기 하는 기분이었다.

이제 모든 것은 다 끝났다.


좀 싱겁나? 아니, 급작스러운 전개에 혼란스럽나? 좀 더 차분하게 이야기를 듣고 싶나?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다단계 사기꾼의 일대기를 다루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경험을 했다. 그 경험을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자.


내가 공식적으로 증발하고 3개월이 지났다.

호위조도 다 물리고 막내만이 나를 따랐다. 대신 녀석은 제 또래의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은 절대 벌 수 없는 돈을 벌었다. 그저 묵묵히 나를 따르며 심부름 같은 것을 한 것뿐인데 말이다. 물론 그 중 상당액은 비밀 유지 보수가 되겠다.

나는 청주에 있는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제주도에 있는 땅에 펜션을 짓기 시작했다. 물론 다 전문가에게 맡겼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데 중국의 일을 마무리 지은 뒤 잡혀서 들어갔다가 마감조의 청원과 변호사의 힘으로 출소한 전산팀 팀장이 찾아왔다.

낚시를 가자고 했다. 할 이야기가 많다고 했다. 제주도로 향했다. 함덕에 있는 별장에서 가까운 곳에 나가 낚싯대를 펼쳤다.

“그 안에서 엄청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낚싯대를 다 펼치고 자릴 잡아 맥주를 홀짝이기 시작하는데 놈이 입을 열었다. 그 동안 말하고 싶어 미치도록 입이 간지러웠는지 내가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치며 들어주기 시작하자 평소의 그 놈 답지 않게 빠른 말투로 그 다음 말을 이어갔다.

“그곳에서 정보만 사고파는 조직이 있습니다. 검찰, 경찰, 변호사, 정치인, 기자, 사업가 다 상대하는 큰 조직입니다. 세상엔 절대 나오지 않는 그 안에서만 들을 수 있는 정보들을 사고팝니다.”

“그런 조직이 있어? 괜찮네?”

“놈들은 이미 저를 알고 있었습니다.”

“뭐?”

살짝 불안함을 느낀 내가 눈을 부릅뜨고 묻자, 놈이 움찔 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돈이 움직이지 않으면 놈들은 절대 입을 열지 않습니다. 단지 사업을 제안하기 위해서 제 정보를 확인시킨 것뿐입니다.”

“사업?”

“네. 들어보니 견적이 좀 나오지만 확실한 껀수인 건 분명합니다.”

“잠깐 잠깐. 일단 낚시 좀 하자고. 모처럼 바닷바람을 쐬는 거잖아.”

놈은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시선을 바다로 옮겼다.

나는 놈의 말을 곰곰이 씹어봤다. 뭔가? 이 시점에서 사업 이야기라니. 다음 사업의 밑그림까지 대충 그려놓은 상황인데. 물론 난 이제 더 이상 욕심을 부리고 싶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을 놈들을 더 챙겨주며 식구들 정리하려고 벌이는 사업이다. 그래도 이미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사업이야기를 꺼내는 건, 뭔가 이상했다. 우선 이야기나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듣는 순간 정보는 값어치를 잃는다. 그럼 그 사라진 값어치를 돌려줘야 한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하는 말을 이해 할 거다.

한 동안 내가 계속 입을 열지 않자 놈이 심호흡을 하더니 말했다.

“제가 괜한 이야길 했나 봅니다.”

그래 다음 사업이 아직 놈과 나에겐 걸려있다. 그리고 놈의 위치라면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사업은 식구들 정리하고 남은 식구들 챙겨주기 위한 사업이라는 걸.

순간, 내 낚싯대 중 하나의 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일어나서 슬며시 그 낚싯대를 잡았다. 그리고 릴을 살살 감기 시작했다. 묵직했다.

나는 다시 낚싯대를 놓고 앉았다. 그러자 놈이 나를 보며 물었다.

“놔주시렵니까? 그럼 당겼다가 풀어주셔야.......”

“저건 신경 쓰지 말고 어디 한 번 말해봐. 무슨 사업인데?”

놈이 다시 빛나는 눈으로 나를 보며 침을 꼴깍 삼키고 입을 열었다.

“딥웹이라는 게 있답니다.”

“딥? 뭐?”

놈이 입모양을 확실하게 하며 다시 말했다.

“딥 웹입니다.”

“그게 뭔데?”

“숨어있는 정보의 심해랍니다.”

“심해? 바다?”

“네. 우리가 일반적으로 검색을 통해서 알게 되는 건 여러 가지 제약과 통제 때문에 인터넷 세상에 있는 극히 일부분 일뿐이라고 합니다. 검색에 드러나지 않는 세상을 말한답니다.”

“뭐, 있겠지. 거기도. 사실 교도소에 활동한다는 그 놈들 조직도 같은 거잖아.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지.”

놈이 바짝 당겨 앉으며 말했다.

“거기 엄청난 정보가 있답니다.”

“어떤?”

“정치인들과 대기업 일가의 비자금이 흐르는 통로에 대한 지도랍니다.”

순간 나도 짜증이 확 밀려왔다. 이 놈 모르진 않을 테지만 정리할 식구가 아니니 다시 확실하게 가르쳐야 될 거 같다. 그래서 인상을 팍 쓰며 말해줬다.

“이봐, 그 흐름에 휩쓸리는 순간 죽는 거야. 그 물살은 한 모금만 마시겠다고 달려들 시냇물이 아니라고. 완전한 급류야. 대통령도 빠지면 죽는 물살이라고. 절대, 절대, 그 물가엔 얼씬도 하지마. 난 또 무슨 이야기라고.”

“저도 그 정돈 압니다.”

“당연히 알겠지. 그런데! 무슨 이야기야?”

“그 지도를 건드리는 게 아닙니다.”

“그럼?”

“그 지도를 파는 겁니다.”

“누구한테?”

“사람들에게요.”

“뭐가 달라? 그 물을 직접 떠서 먹겠다고 하는 거랑 떠서 팔겠다고 하는 거랑. 손이 들어가야 되잖아. 이봐 혹시 내 손이 아니라 박아지가 들어간다는 둥 하는 이야긴 하지도 마. 그 박아지 쥔 손도 내 손이야.”

“그 지도, 일반인은 어차피 보여도 찾아가지도 못 합니다. 보안이 철통일 테니까요.”

“그럼?”

“그 지도의 실제 내용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그 지도를 액면으로 그 내용물만 바꾸는 겁니다.”

“어렵다. 좀 쉽게 설명해봐.”

“김정일의 비자금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

“뭐 신문에서 본 것도 같은데. 그건 또 왜?”

“그 지도에 그 비자금이 숨겨져 있다고 한다면? 어떨까요? 김정일 돈은 먼저 찾는 게, 임자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게 일반인들이 생각할 수 있는 거야?”

“제가 말하는 사람들은 건물 정도는 가진 사람들을 말합니다.”

“아,”

나는 그제야 놈의 말을 알아들었다. 내가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었다. 놈이 내게서 배운 화법을 쓰고 있다는 걸 깜박했기 때문이다. 놈은 설명을 하는 게 아니라 나를 낚고 있는 거다. 당신도 혹시 이런 화법을 대하게 되면 딱 그 순간 멈추고 그 자릴 떠라. 이미 발목이 잡혔을 테지만. 가능한 멀리 도망쳐라. 나는 내가 가르친 거니까 도망치진 않는다.

“보물섬 지도네?”

“네. 바로 그 우리 사업 최고의 아이템입니다.”

무조건 쉿! 누구에게도 묻지도, 알려주지도 말아라. 할 수 있는 아이템이니까. 정말 최고의 아이템은 맞다. 다만 이 아이템은 사전작업에 많은 공이 들어간다. 그리고 정말 그럴싸하게 포장해야 한다. 스스로도 속을 만큼.

“정리를 좀 해보자.”

나는 생각의 정리도 할 겸 일단 놈의 공세를 막았다.

“그러니까. 그 지도를 보여주며 이 안에 김정일의 비자금이 있다. 그래서 철통 보안이 걸려 있고, 찾기도 손에 쥐기도 힘들다. 하지만 먼저 찾으면 임자다. 이거지?”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정부와 국정원은 가만히 있을까? 라고 물을 텐데? 실제로도 그렇고.”

“대역을 써서 그들도 식구로서 참여하고 있는 게 될 겁니다. 실제로 그런 상황이라면 그 돈을 찾아서 나라에 낼 공무원은 없다고 사람들은 생각할 겁니다.”

“그렇지. 신뢰를 잃은지 오래된 게 우리나라 공무원이지. 최전방에서 고생하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말이야. 아무튼 괜찮네. 놈들이 원하는 배분은?”

“그게.......”

“뭐야?”

“놈들이 원하는 건 돈만이 아닙니다.”

“그럼?”

“전 세계 교도소를 통합해서 자신들의 조직을 키우고 싶다고 합니다.”

“미친 거 아냐? 아무리 돈 벌이가 된다고 해도 그 안에서 조직 키워 뭐하겠다고?”

“천연 요새 교도소 하나를 완전히 접수해서 세계 교도소를 장악하고 반대로 교도소 안에서 세상을 움직이고 싶다고 합니다. 좀 황당하지만 정말 놈들은 진지하게 그 그림을 그려가고 있었습니다.”

“흠.”

내 머릿속의 뉴런이 엄청난 속도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아 이거 잘하면 괜찮은 식구들을 챙길 수도 있겠다. 같이 해서 거품 만들어서 터트리고 놈들의 수뇌부와 내 버릴 식구들 날리고 그 조직까지 접수한다면. 이 번 사업의 목표는 어차피 그거니까. 괜찮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이야길 들고 온 저 놈이다. 물론 버릴 놈이 아니다. 쓸 놈이다. 그러나 지금 내 생각을 다 읽는 놈이라면 버려야 한다. 나중에 알아야지 지금 바로 내 생각을 읽는 놈이면 반대로 내가 당할 수도 있다.

아, 설마........

이놈이 지금 날 작업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거기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서글픔이 밀려왔다. 갑자기 승훈이 보고 싶어졌다. 아니다, 그 놈도 날 버리고 유학을 가지 않았나.

내 혼란스러운 눈을 읽었는지 놈은 얼른 고개를 돌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쩌면 그냥 못 들은 걸로 하셔도 좋지 싶기도 합니다. 정보 값이야 제가 알아서 지불하면 됩니다. 그저 예정대로 좀 더 편안하게 쉬시면서 다음 사업 지휘 하시면 되지요. 저는 항상, 언제나, 늘, 따를 것입니다.”

그래. 일단 생각을 좀 더 해보자. 나는 바다 속 같이 차갑고 깊은 서글픔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감정을 정리하고 놈에게 물었다.

“그냥 묻는 거다. 누가 또 아냐? 우리식구 중에.”

“당연히 제 입만 헹구면 됩니다. 바로 헹굴까요? 머릿속까지 헹구겠습니다.”

그 말이 널 살렸다. 아직까지도 마음에 드리워져 있는 서글픔이 널 버리라고 할 참이었다. 네가 쓸모가 있든 없든 간에 설사 이 사업을 내가 삼키더라도.

나는 놈에게 바짝 다가가 어깨에 팔을 두르고 웃으며 말했다.

“언제 한 번 같이 가보자. 직접 봐야 되겠다.”

ㅡ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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