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

in kr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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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일어난 손등 위로 눈이 내려앉았다. 시린 손으로 계속 난간을 붙잡고 있던 것은 녹아 흐르는 눈이 어떠한 위로처럼 마음을 가로질렀기 때문이다.

바람이 지나간 다리 위 풍경은 유독 탁한 색을 띠었다. 이내 다리 위에선 다리를 온전히 눈에 담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곤 손을 털어 주머니에 넣었다.

겨울 안에 있는 사람은 겨울 밖에서 그것을 보는 사람보다 편협한 풍경을 보게 될 터다. 계절이란 단어는 변화를 전제한다. 시간은 글자 그대로 시와 시의 사이이기 때문에 그 의미를 갖는다. 잘려나간 풍경의 단면은 아름다울 수는 있지만 생이란 연속선상에 있는 실존을 지속시키킬 만큼 강하지 못한 듯하다. 지나온 삶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는 것도 그 순간의 단면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리라. 사이라는 장소, 그곳이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다. 명확한 한쪽이 아닌 언제나 애매한 그곳에 생이 놓여있다.

지난하게 밟아온 점들을 뒤로한 채 앞으로 밟게 될 희미한 점들이 한 곳에만 먼지처럼 쌓이게 되는 건 아닐지. 지금껏 밟아 온 노마드의 삶에 마침표를 찍었지만 발은 미처 떼지 못하고 있다. 정착이 주는 안도감과 실증은 폐소 된 공간이 주는 양가적 감정같이 마음을 흔든다.

같은 맥락에서 기쁨은 슬픔과 상호 의존적인 것이다. 나에게 행불행은 기쁨이나 슬픔이 아닌 흐르는가 고이는 가로 규정된다. 여행이란 일탈이 누군가에겐 일상이 되는 것처럼 한쪽으로만 기울어져 있는 삶엔 물이 차고 곰팡이가 슬기 마련이다. 미처 가시화되지 못한 염증들이 세상에 소복이 쌓여 있다.

우리가 봄을 기다릴 수 있는 것은 혹독한 겨울이 있기 때문이다. 기다림이라는 당도하지 않은 희망이 우리를 앓게 하고 또 살아가게 한다. 이렇듯 계절이라는 끝없는 순환 속에 생은 역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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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이라는 당도하지 않은 희망이 우리를 앓게 하고 또 살아가게 한다.

우리를 넘어지게도 하고 나아가게도 하는 힘이죠.
많은 분들이 글을 보도록 하려면 다니시며 인사하고 팔로우하며 교류해야 합니다. 좋은 글 계속 기대할게요^^

조언 감사해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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