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힘들다. 감수성도 약해졌다. 사색, 독서, 글쓰기의 절대량이 부족할 때 일어나는 증세다. 성질도 나빠졌다. 공감력이 떨어져서 자주 정색한다. 쓸데없이 주장도 강하다.
시간이 필요하다. 잠을 자는 7시간을 빼면 17시간이 주어진다. 턱없이 부족하다.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일이 태산이다. 이럴 때면 내가 하루를 사는 게 아니다. 무언가에 질질 끌려 다니면서 사는 것이다.
오늘의 나는 없다. 도마에 눕혀져 칼질을 기다리는 횟감일 뿐이다.
알약이 있으면 좋겠다. 잠을 자지 않아도 졸리지 않고,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은, 그런 약이 나에게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