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았다

in kr •  last year  (edited)

횡단보도가 X자 형태로 그려진 작은 사거리다. 길 건너편에 한 남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에 눈에 띄었다. 전자담배가 아니라 불을 붙여 태우는 연초다. 횡단보도에는 대여섯 명 정도가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다. 담배 연기가 사람들 주변에 퍼져 나간다.

그 남자는 50대 후반~60대 초반 정도로 보인다. 칠팔십 대 노인도 아닌 저 나이에 횡단보도에 서서 아무렇지도 않게 연초를 피우는 걸 보니 평생 남들 눈치 같은 건 살피지 않으면서 살았을 것 같다.

그런데 얼굴이 꽤 낯이 익다. 아는 사람인가.

초록불이 켜지고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한다. 그 남자는 여전히 담배 연기를 주변에 내뿜으며 길을 건넌다.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눈썹을 잔뜩 찡그린 얼굴 이목구비가 뚜렷하게 보인다. 팔자걸음으로 건들건들 걷는 그 모습을 보자 왜 얼굴이 낯이 익었는지 알았다. 한 유명 직업정치인과 닮았다. 때로는 얼굴보다 걸음걸이가 사람의 기질을 더 쉽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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