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여름방학이 되면 며칠 동안 친척집에 머물곤 했다. 자그마한 산이 바로 집 뒤에 붙어 있었다. 점심을 먹고 마루에서 놀다가 곤히 낮잠에 빠지곤 했는데 그 뒷산에서 들리는 ‘소리’가 잠에 흠뻑 취하게 했다.
그 소리는 폭우가 쏟아지기 직전 강한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였다. 은근히 컸다. 그 소리가 잦아들고 폭우가 시작되면 두드득 거리면서 두꺼운 빗방울이 슬레이트 지붕을 때려대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더욱 컸다.
처음에는 그 소리가 시끄러워 잠을 이루지 못했지만 이내 익숙해졌고 편안하게 잠에 빠지도록 해주는 최고의 자장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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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도시의 주거지역에 살면서 공사 소음에 익숙해져 버린 모양이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쿵쾅거리는 공사 소음을 들으면서 낮잠을 자는 것이 가능해졌다.
어쩔 때는 그때 친척집에서 들었던 소리와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자연의 ‘청량한 소리’ 보다는 좀 못하지만 도시의 ‘친근한 소리’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공사 소음보다 훨씬 자주 접했을 텐데도 창밖에서 들려오는 인간의 목소리는 ‘친근’해지지 않는다. 인간의 목소리를 들으면 낮이건 밤이건 잠을 잘 수 없다.
창밖에서 집안까지 들리는 인간의 목소리는 아무래도 그 음량이 클 수밖에 없는데, 큰 목소리는 대부분 화를 내는 소리, 짜증 내는 소리, 상대의 기분에 맞추기 위해 억지로 웃는 소리 같은 것들이다.
그런 목소리에는 경고나 위험이 담겨있다. 알람시계의 따르릉 소리처럼 뇌를 자극하고 쑤셔서 긴장하게 만든다. 여러모로 인간은 그 존재 자체가 이 지구 생명체와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지 못하는 ‘질병’과 같다.
오늘도 창밖의 시끄러운 (친근한) 공사 소음을 들으면서 곤히 낮잠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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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노파심.
‘웃겨요’ 눌러도 되는 글 맞습니다.
페이스북에 같은 글을 올리시는 모양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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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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