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야 나무야 서서자는 나무야 나무야 나무야 다리아프지 나무야 나무야 누워서 자거라

in kr •  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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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촉촉히 내리는 아침에 잔디밭위에 가득 쌓인 소나무잎들이 보여서 사진으로 찍었다.

가지치기를 한듯 한데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냈던 친구들과 헤어져 이렇게 엉망으로 뒤엉켜 쌓여있는 모습을 보니 이상하게 마음이 간다.

인간이 정한 모양대로 자신의 몸을 강제로 쳐내는걸 막을 수가 없던 나무가 너무 아프다.

가지를 쳐내는것 뿐만아니라 위치가 마음에 안든다며 뿌리째 옮겨지기도 했을 나무가 너무 아프다.

가지치기를 어린시절 친구와 같이 살며 내 버릇을 고칠때 마다 상상했다.

유난히 쳐내야할 가지가 많은 나무였던 나는 나를 심어준 이와 가지를 치는 이에게서 온통 내가 걱정된다는 말을 들었다.

예쁘게 가지를 쳐서 반듯한 나무가 되어야 할텐데. 라는 말을 들으며 그들의 손에 나를 맡긴채 나라는 존재를 특별하게 해주는 모든것들이 잘려나가는걸 지켜봤다.

그리고 드디어 나무가 죽어갔다. 그 죽어갔다는 것은 몸체가 아니라 영혼이였다. 이럴거였으면 나를 왜 심은거야? 라는 생각까지 하던 나무는 안타깝게도 주인의 바램과는 다른 모양으로 자라버렸다.

아주 뾰족하고 뒤엉키고 나뭇잎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자신의 줄기로 온 몸을 감싸안으며 자라나버린 나무는 모두가 옮겨 심어지는 그 시기에도 움직이지 않고 그자리에 있어서 숲에서 홀로 떨어져 자라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무는 저멀리 다른 나무들의 큰잎사귀에 매력을 느낀다. 아주 파랗고 눈부신한 햇볕을 잘 받은 싱그러운 잎을 말이다.

그 잎이 부러웠던 나무는 어떻게든 잎을 피워보려 노력한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바르게 자란 튼튼한 나무의 잎과 똑같은 잎은 피어나지 않았다.

상심한 나무는 그 우중충한 잎을 단채로 그 멋진나무를 바라만 보다 생각했다.

나를 심어주고 가지를 쳐준 그들의 말을 들을껄 그랬어. 뒤늦게 찾아가 본 주인의 집에서 주인을 만났다.

다시 가지를 쳐주세요. 그리고 저도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자라고 싶어요.

미안하다. 이젠 너의 그 단단한 가지를 쳐낼만한 도구는 없을것 같구나. 그리고 너 스스로 그들 곁으로 들어가는게 더 좋을것 같다. 사랑하는 내딸아.

나는 그렇게 다시 숲으로 들어갔고 나의 엉망인 가지들이 내몸을 감싸고 자라나는 모습을 보고 다른 나무들은 아무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들의 가지는 하늘과 대지를 향해 곧게 뻗어있는데 나만 이런 모습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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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다른 나무들과 비교하며 슬퍼하는 나무는 십년 이십년 삼십년이 지나도 계속 계ㅡ속 그럴 것이다.




++++
덧붙이는글 1

다 커보니 엄마말 잘들을껄 그랬네요. 공부도 좀 열심히 해볼걸. 그리고 역시나 한번 굳어진 생각을 없애는건 어른이 되면 더ㅡ욱 어렵네요. 그런 생각을 꽁꽁 싸매고 사는 내가 남들과 어울리다가 자기혼자 다른이들과 다른것 같아서 우울해집니다. 사실 다른 나무들도 겉에 몇가지 정도만 훌륭했고 속은 알수 없는데 말이죠. 도끼로 내리찍어 속안을 보면 또 다를텐데... 너무 많은 비교와 감정낭비로 슬퍼하지 말기로 해요.

++++
덧붙이는글 2

간단하게 사진하나 올리고 두세줄 적어보려 했어요.

크리스마스가 끝난후 나는 버려졌다.
(Feat.소나무)

이런식으로 써보려 하던것이 또 감정이 과하게 수혈되어 동화책 마냥 교훈을 주려 애를 써버렸어요. 웃기는 짬뽕글이 되버렸는데 지우자니 글쓴 시간이 오랜만에 십분을 넘어가서 기념으로 남깁니다. 오글거리는 글도 봐주시는 이웃님 한분 정도는 계시리라 믿고 싶어성♡잇힝♡
앗. 난 안귀엽기로 컨셉이 바뀌었죠. 완전 진지하기로함. 근데 잘안됨. 그냥 여전히 의식의 흐름대로 막 써대는구나. 모르겠다. 굳모닝ㅋㅋㅋ
@dropthe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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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호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와주셔서 감사해요
^^

추운겨울 트리로 아름다운 크리스마스를 선물해주고 땔깜으로 따뜻함을 선물하며 자신을 아낌없이 불태운 고마운 소나무. 그래서 난 절대 아낌없이 불태우지 않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야지.

행복하자 찡여사👯

우왕
내 글 다읽어준거임? 실화임?
ㅎㅎ 태그아주 좋탕ㅋㅋ
캐마도 아닌데 계속 멘션가면 짜증도 날텐데
감사합니당♡

다 읽지요~~~ㅋㅋㅋㅋ

고마웡ㅋㅋ

찡여사 아닌줄; 오늘 감수성이 폭발하는 날이군요?

원래 글 저리 적거등용 아저씽ㅋㅋㅋㅋ

아저씨라 해서 흠칫했으나, 다시 생각해보니까 아저씨가 맞았다

ㅋㅋㅋㅋㅋㄱ아웃곀ㅋㅋ

결혼 2년차라 아직 적응이 안되서..^^


동생
아직 신혼이구나
축하햌ㅋㅋㅋ신혼♡

ㅇㅋㄳ
근데 찡여사 나랑 크게 나이차이 안날거같음

나보다 님이 더 젊으실겁니당
스파모자라서 계속 대역폭제한들어왕

변화무상한 찡님
팬싸는 언제 여실건가욥???
찡이굿즈는 언제쯤 론칭하실 건가욥??
저 사진에 쌓인 찡님의 가지라도 어뜨케 판매하실 생각은 없으신지....???
농담이구요.....ㅎㅎㅎ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대개 비슷하더라구요...
저또한 나잘난 맛에 취해 살지만 혼자 들어앉아 있을 땐 이불을 많이 차는 편입니다...ㅋㅋㅋ
비가 와서 감성이 촉촉해지는가봐요..... 자주 찾아오지 않는 날이니 맘껏 빠져보아요...^^

당근님ㅋㅋㅋ당근굿즈는 언제 제작되나영
당근팬싸는 언제 하실꺼죠
기다리다 숨막혀옄ㅋㅋㅋ 농담이구용
역시ㅋㅋㅋ이런 글에 답해주는 몇안되는 이웃분중에 한분이시라 감사합니다. ㅎㅎㅎ
무플에 울뻔ㅋㅋ

찡자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짱짱맨님 감사합니딘

  ·  6 years ago (edited)

찡찡맨은 내가 좋아하는 태그인딘

너가 요즘 가는곳마다 ㅋㅋ죄다 댓글이 있어서ㅋㅋㅋㅋ진짠줄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먼저가서 기다리는거니까 잘 따라오라구

^^;;너무 여기저기 잘다녀서리
난요즘 제이미 가는길을 따라 다니는중

나도 따라갈래

^^;;너무 여기저기 잘다녀서리
난요즘 제이미 가는길을 따라 다니는중

나무가 죽을 정도의 가지치기는 주인이 잘못한 것이 맞습니다. 나무는 잘못 없어요.

  • 얼마 전에도 가지 친 사람이

디제이님^^
머하세요 여기서
https://steemit.com/kr/@zzing/2018-5-2-zzing-
그림그리셔야죠^^
얼른^^
당좡^^

찡님이 기뻐하신다면 기꺼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