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줄과 매듭

심심(深深)풀이 한자입니다.

밧줄은 한자로 繩(승) 입니다. 물론 노끈이라고도 하지만 좀 묵직함을 실으려면 역시 밧줄이죠.
사람을 묶든 목을 동여매던 말입니다. 요즘은 이 밧줄 繩을 쓸 일이 많지는 않습니다.

아! 포승(捕繩)이라 하면 죄인을 묶는 밧줄이죠? 요즘은 수갑이지만 예전에는 포승이었습니다. 또 한 건축할 때 먹줄을 치는데 그것도 승(繩)이라 하죠.
그래서 승(繩)은 바로잡는다-는 속뜻이 깃들어 있습니다.

自繩自縛(자승자박)이라는 사자성어는 유명합니다. 그 뜻은?
자기 밧줄에 자신이 얽혀버렸다-는 뜻입니다. 좀 더 심오하게 말하자면 자업자득(自業自得)이죠. 스스로 지은 죄업이 스스로 벌을 부른다는 뜻입니다.
이 심플한 이치를 요즘 사람 들은 벌로 봅니다. 별로 중요하게 안보고 넘긴다는 이야기지요. 심지어 그런 게 어딨어? 라며 코웃음 칠지 모르지만 자신이 지은 생각 한 점도 그냥 사라지지 않고 반드시 현상화된다고 하지요.
밧줄이라는 것은 꼬아서 만들죠? 그리고 사용할 때 매듭을 지어 묶습니다.
밧줄로 묶어서 매고 들 수 있게 한다 하여 매듭입니다.
바르고 곧은 마음에는 매듭이 생기지 않는데…꼬인 마음은 매듭을 짓곤 하죠.
자기가 만든 포승과 매듭이 자기를 얽어매니 고통스러워도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나쁜 짓을 하고도 멀쩡히 잘 사는 사람이 있다고요? 다만 시간차가 있을 뿐입니다. 오늘 남의 것을 훔친 것이 10년 뒤에 업보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또 어떤 것은 다음 생으로 넘어가기도 하는데 이건 결코 좋아할 일이 아닙니다. 시간차가 벌어질수록 이자가 붙기 마련이니까요. 사실 내가 누구를 힘들게 한 응보를 그 즉시 받는다면 차라리 견딜만 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현세(現世)현보(現報)라는 진언이 있으며 그 내용은 지은 업보를 바로바로 받는다-는 뜻인데 무섭다기 보다 자비로운 것이지요. 당신에게는 어떤 매듭이 있나요?
매듭이 하나도 없다면? 당신은 여기 이 세상을 이미 아득히 초월했을지도 모릅니다. 상사의 업무 독촉에 매듭이 척-지어지고 남편의 무심한 한 마디에도 쉬릭-매듭이 지어지지 않나요? 마음통이 좁은 사람일수록 매듭센서가 민감하며 과정도 전자동화되어 있습니다. 내 차 앞에 다른 차가 끼어들어도 기어코 그 운전자 면상을 확인하고 싶어지며 나중에는 지나가는 사람이 옆으로 흘겨만 봐도 파팍! 매듭이 지어지고 성질이 날지도 모릅니다. 어떡하죠? 이미 이렇게 수많은 매듭을 마음 속에 층층히 지어 놓았다면 이제 어떻게 살아갈까요?
보통은 매듭 속에서 힘든 나머지 더욱 많은 죄를 짓고 엄청난 비효율 속에 허덕이다가 인생을 마감하고는 그 다음 생에 또 이유조차 모르고 얽히고 설킨 삶을 맞이하며 억울해 합니다. 자! 여기 그 해법이 있습니다. 제가 드리는 해법이 아니라 옛날 현자들이 제시해주시는 답이지요.
결자해지(結者解之)!

매듭을 묶은 자가 그것을 풀어야 한다-는 놀라운 뜻입니다.
내 안의 매듭은 내가, 당신 안의 매듭은 당신이 풀면 됩니다. 말은 그런데 그게 쉽냐고요~라고 징징거리는 분도 계실 겁니다. 그럼 한가지 팁을 드릴게요. 매듭 안에 계시니 많이 답답하시죠? 작아져 보세요. 내 몸을 둘러싼 지방덩어리 집착덩어리 하나 하나 내려놓으면 몸은 미세하게 작아지면서 그 순도는 매우 정묘해질 것입니다. 당신은 원래 군살이 전혀 필요치 않았지요. 당신은 빛나는 한덩이 불꽃처럼 되어 밧줄 사이를 쉽게 빠져나올 것입니다. 그 형상이 바로 작아진 손오공이며 피터팬에 나오는 팅커벨과도 같습니다. 본체가 빠져나오면 매듭은 스르르 녹아 사라질 것이고요. 참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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