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대하여

in krcalligraphy •  last year 

날이 많이 추워졌습니다.

특히 저처럼 새벽에 야외에서 연공을 하는 사람은 그 일교차를 엄청스레 느낄 수 밖에 없는데요. 연세가 있는 분들은 이런 날에 체온을 잘 지키셔야 합니다. 환절기에 아픈 분들이 많은 것은 그런 기온하강, 체온저하와 긴밀한 관계가 있습니다.

가을이 오는듯 하다가 겨울로 점프하는 게 아닐까 싶으니 손장갑과 마스크까지 준비 해 둡니다.

아! 여기는 문자의 뿌리를 만나는 뜨락이지요? 그러면 겨울은 무슨 뜻일까요?

https://www.ganjingworld.com/video/1g8bmn2f0o16pjbA6hzev2txu1v21c

어려울 게 없습니다. 겨우 살아가는 계절이 겨울입니다.

즉 겨울엔 생존을 염려하게 되는 것이지요. 산에 가도 맺힌 과일이 없고 밤톨 하나도 다람쥐가 다 쓸어가고 남은 것은 썪어있습니다. 가난했던 제 옛친구가 겨울이 다가오면 이렇게 푸념을 하던 생각이 납니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길고 춥다던데…”

당신의 겨울은 어떤가요? 어떤 매무새를 하고 어떤 걸음걸이로 다가오고 있습니까?

이럴 때 인생을 보는 두 가지 큰 관점, 두 갈래 분기점이 있습니다. 뭘까요?

이 두 가지 관점 중 당신은 어느 쪽인지 살펴 볼 좋은 기회입니다.

하나는 이 육체가 나라고 보는 것입니다.

육체는 우리 생명이 표현된 것 중에서 가장 거친 입자라고 합니다. 그래서 가장 부서지기 쉽죠. 쉽게 추워지고 쉽게 더워지며 하루에도 몇 번이나 배고프고 틈만 나면 아프고 지치며 수시로 병 들고 종종 사고를 만나서 감가상각되어가는 게 이 육체입니다. 그러니 유효기간도 무척 짧아서 100년도 못 되어 폐기처분되며 운 좋으면 다시 기억을 포맷하고 새 육체를 한 벌 받게 되는 그런 시스템입니다.

이런 조악한 입자 덩어리인 육체를 나로 알고 산다면 그건 매일매일이 생존을 걱정하는 나날일 것입니다. 겨우 겨우 살아가는, 말 그대로 겨울 같은 날을 살아가는 인생이지요. 그런 인생은 짧은 기간을 설정하고 인생관을 정하게 되니 그 인생관이며 가치관이라는 것이 역시 매우 거칠고 조악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토록 부실하고 조악한 육체를 나라고 보다니…그러니 우린 늘 쫓기듯 살아남아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깊이 숨 쉬어 봅니다.

육체를 넘어선 존재가 나라고 보는 관점입니다. 누구는 그것을 영혼이라 하겠고 누구는 정신이라 할 것이며 의식이라 할 지도 모릅니다만 저는 원신(元神,原神)이라고 배웠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극미시의 입자일 것입니다.

반면 육체보다 극히 정밀한, 그것이 영혼이라 하든 원신이라 하든 그것을 나로 여긴다면 어떻게 다를까요? 그것은 육체라는 낡은 옷을 벗어버려도 여전히 죽지 않으며 부서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제한되어 보이던 삶이 불현듯 영원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대충 만들어 살아왔던 가치관이며 인생관도 커다란 변혁이 일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때는 이미 겨우 살아남는 생존의 삶을 아득히 벗어난 것입니다. 이제 그 신비로운 길가에 무슨 꽃을 심고 무슨 과일을 딸 것인가를 즐거이 꿈 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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