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태안 앞바다에서 자원봉사관련 캠핑 모임을 가졌습니다.
https://www.ganjingworld.com/video/1g5grv9ee1t2biLYzIsbUQWNJ14i1c
그런데 거기서 지인께서 주제를 하나 툭 던지시며 돗자리 강의를 부탁하셨지요.
그 주제가 바로 ‘신세’입니다. 신세를 졌다…아이고 이내 신세…등을 언급할 때 그 ‘신세’가 무슨 뜻을 가지고 있는지…그것을 풀어달라시는 거죠.
이런 주제-그런 제안은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님을 아는 저는 문득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런저런 관계상 그 자리에서 시간이 나지 않아 그냥 집에 돌아왔지만 지금 이 자리를 통해 살짝 맛볼까 합니다.
신세(身世)는 몸 신, 인간 세 입니다. 무슨 뜻이죠? 한자로 써놓고 봐도 아리송합니다.
모든 게 아리송하고 눈 앞에 은산철벽이 가로 막았을 때- 우리는 깊이 숨을 쉽니다. 머리 굴리기 보다 전 존재로 느껴보는 방법이죠. 숨을 깊이 쉴 때-하늘이 내게 스며들고 땅이 나를 안아줍니다.
숨 속에 천지와 하나되니 人中天地一이죠.
그래서 숨 쉬는 인문학입니다.
나, 또 당신이라는 존재, 영혼이라 해도 좋고 원신이라 해도 좋은 당신 그 자체가 육체라는 옷을 입고 이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이 우주에서 지극히 험하다고 소문난 지구라는 이 빡센 무대에 입장을 한 거죠. 즉 신세란, 사람들 속에 몸을 입고 존재하는 나-라는 의미가 됩니다. 그런데 거기서 끝나면 안됩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한 삽을 더 파야 진국이 터지는 법이죠.
우리는 알몸으로 태어난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뭔가를 두르고 태어났죠! 그게 뭘까요?
바로 업력이라는 시커먼 안개를 두르고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또 한 복덕이라는 눈부신 광휘를 두르고 태어났죠. 업력은 못된 짓을 하고 힘든 일은 피해 다녀서 쌓인 악성 채무라면 복덕은 좋은 일을 하고 힘든 일도 기꺼이 마다 않은 이에게 소복소복 쌓여진 복지연금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신세(身世)는 어떤 의미로는 정신 신, 세금 세- 신세(神稅)이기도 합니다.
빚졌으면 갚아야 하고 때로는 복덕이 많으면 환급을 받기도 하는 것입니다.
업력이 많은 이는 그 신세가 매우 초라합니다. 행복과 바꿀 복덕이 모자라고 채무만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면 어떻겠어요? 뭘 해도 되는 일이 없고 고생해도 결과가 아침이슬처럼 소멸되며 몸은 수시로 아프고 거의 이뤄진 일도 막히곤 합니다. 그야말로 기(氣)가 차고 기가 막히는 일입니다.
물론 복덕이 더 많은 이라면 인생이 꽤 순탄할 것입니다. 시도한 일은 술술 풀리고 성취가 쉬우며 주변에 모이느니 귀인이고 늘 사랑과 협조를 받게 됩니다.
자, 여기서 마지막 한 삽을 더 파볼까요?
누구나 상당부분의 업력을 지고 태어났고 그래서 인생살이가 고통의 바다로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그렇다고 주저앉아 신세한탄만 하고 살 수는 없지 않겠어요?
과거세의 악성 채무의 생산을 멈추고 복덕의 맷돌을 슝슝-돌릴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게 바로 선(善)입니다. 선을 행하는 것이죠. 특히 보상을 바라고 않고 하는 선행은 가장 그 복덕이 무량합니다. 자원봉사를 하는 분들은 그런 면에서 세상의 눈부신 광휘입니다. 그들은 자기도 모르게 업력이라는 무거운 채무를 줄이며 복덕이라는 고귀한 씨앗을 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이들은 하늘이 예뻐하여 빛을 비쳐주고 땅이 몸을 열어 물질을 채워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도 이런 이야길 전하다보니 이 신세라는 것이 참 귀한 주제네요!
어제 신세라는 이 빛나는 주제를 전해주신 분-서병철 사무총장님께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