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남은사람들 - 더러운 남자

in krnovel •  6 years ago 

내가 오늘 맡은 손님은 30대 중반의 남자였다.

지금의 남편을 만날 때에도 그의 외모를 그다지 신경쓰는 편은 아니었지만, 오늘 이 남자는 너무하다 싶을정도로 추했다. 씻지도 않았는지 몸에서 냄새까지 난다.

보통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도 못생긴 사람보다는 예쁘고 잘생긴 사람이 낫다고 생각했고, 뚱뚱하거나 빼빼마른 사람보다는 보기 좋은 몸매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호감이 갔다. 그것은 억지로 몸을 섞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곳에서 그 취향이라는 것은 철저하게 무시될 수 밖에 없었다. 탄력없이 흘러리고 있던 살들이 내 몸을 뒤덮고, 그 살들에서 끈적끈적한 땀들이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그 땀 때문에, 이 남자가 하체를 들썩거릴때 마다 방 안에 철썩철썩 소리가 울려퍼졌다.

나는 통나무처럼 미동도 하지 않고, 고개를 홱 돌린 채, 천장만을 바라보며 누워있었는데, 어딘가에서 하수구 냄새가 났다. 냄새의 근원을 찾아 고개를 돌려보니 그 남자가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헉헉대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그 역겨운 냄새의 근원지였던것이다.

남자는 자신의 냄새따위는 신경쓰지도 않은 채 내 몸을 겁탈하기 바빠보였다. 살이 부대끼는 소리와 남자의 신음소리가 방 안에서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역겹다.
지금 이 상황을 참고 시체처럼 누워있는 나 자신이 말이다.

과거에 자존심을 버리고 온갖 일터를 누볐을 때에도, 이 정도의 모멸감은 느껴본 적이 없었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이젠 적응이 되었으리라 자부했었다. 성교라는 것은 단지 남자의 성기가 여자의 성기를 후벼대는 과정에 불과하며, '순결'이라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의 단어일 뿐이라고 나 자신을 위로 했었다.

하지만 위로는 위로일 뿐.
내면 깊이 가둬둔 감정과 오랜 세월간 각인되어있던 생각까지 속이지는 못했다.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흐르기 시작한다.
나는 '아아악'소리를 지르며 남자를 발로 밀어냈다.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 절정으로 치닫고 있던 남자가, 흥을 깬 것에 화가 났는지 나에게 욕설을 한다. 나도 그 더러운 남자에게 똑같이 욕을 하며, 옷을 걸친 뒤,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