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늘 맡은 손님은 30대 중반의 남자였다.
지금의 남편을 만날 때에도 그의 외모를 그다지 신경쓰는 편은 아니었지만, 오늘 이 남자는 너무하다 싶을정도로 추했다. 씻지도 않았는지 몸에서 냄새까지 난다.
보통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도 못생긴 사람보다는 예쁘고 잘생긴 사람이 낫다고 생각했고, 뚱뚱하거나 빼빼마른 사람보다는 보기 좋은 몸매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호감이 갔다. 그것은 억지로 몸을 섞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곳에서 그 취향이라는 것은 철저하게 무시될 수 밖에 없었다. 탄력없이 흘러리고 있던 살들이 내 몸을 뒤덮고, 그 살들에서 끈적끈적한 땀들이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그 땀 때문에, 이 남자가 하체를 들썩거릴때 마다 방 안에 철썩철썩 소리가 울려퍼졌다.
나는 통나무처럼 미동도 하지 않고, 고개를 홱 돌린 채, 천장만을 바라보며 누워있었는데, 어딘가에서 하수구 냄새가 났다. 냄새의 근원을 찾아 고개를 돌려보니 그 남자가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헉헉대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그 역겨운 냄새의 근원지였던것이다.
남자는 자신의 냄새따위는 신경쓰지도 않은 채 내 몸을 겁탈하기 바빠보였다. 살이 부대끼는 소리와 남자의 신음소리가 방 안에서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역겹다.
지금 이 상황을 참고 시체처럼 누워있는 나 자신이 말이다.
과거에 자존심을 버리고 온갖 일터를 누볐을 때에도, 이 정도의 모멸감은 느껴본 적이 없었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이젠 적응이 되었으리라 자부했었다. 성교라는 것은 단지 남자의 성기가 여자의 성기를 후벼대는 과정에 불과하며, '순결'이라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의 단어일 뿐이라고 나 자신을 위로 했었다.
하지만 위로는 위로일 뿐.
내면 깊이 가둬둔 감정과 오랜 세월간 각인되어있던 생각까지 속이지는 못했다.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흐르기 시작한다.
나는 '아아악'소리를 지르며 남자를 발로 밀어냈다.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 절정으로 치닫고 있던 남자가, 흥을 깬 것에 화가 났는지 나에게 욕설을 한다. 나도 그 더러운 남자에게 똑같이 욕을 하며, 옷을 걸친 뒤,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