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현관문을 나서서, 그 직장에 출근했다.
알고보니 이 곳은 돈 많은 술 집 주인이 건물 한를 통째로 사놓고선, 성매매 업소와 술집을 함께 운영하는 곳이었다.
이 곳에는 나 말고도 이 건물을 직장으로 삼고 사는 여자들이 꽤 있었는데, 그들은 파릇파릇한 처녀이기도 했고, 나처럼 누군가의 부인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어미이기도 했고, 누군가의 딸이기도 했다.
내가 이 곳의 여자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돈 대신 일정량의 마약을 수당으로 받는다는 것에 있었다.
이 곳의 여자들은 대부분 돈이 목적이었다. 몸뚱이만 잘 굴린다면 웬만한 일보다도 훨씬 손 쉽게 돈을 거머쥘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개중에서 운이 좋거나 특출나게 아름다운 여자들은, 이 곳에서 만난 남자들과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하기도 했다. 내가 여기서 유일하게 말을 트고 지냈던 여자도 그런 부류에 속했다.
그녀는 스물 세 살부터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던 싱글맘이었는데,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화려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이 바닥에서 십 수년을 넘게 몸을 뒹굴었던 베테랑 창녀였다.
그러던 그녀가 어느날 부턴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다지 친한 사이는 아니였기에, 내가 그 여자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단지 여기보다 근무조건이 더 나은 곳에서 몸을 팔거나, 어쩌면 창녀가 아닌 다른 일을 시작하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추측만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 여자가 이 곳의 단골손님중 한명과 눈이 맞아서 어딘가로 연락도 없이 내빼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아이를 내버려두고는.
자신의 아이를 버리고 도망간 그 여자를보고, 숨겨왔던 정의감이 불타오른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수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던 그 여자가 원망스러워서인지는 알 수 없어도, 술집 사장은 그 여자가 수치스러울만한 이야기를 아무에게나 떠들고 다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장은 막 출근한 나와 다른 여자들에게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을 떠들어대고 있다.
이 곳의 단골 손님들은 모두 그 여자와 몇 번씩은 잠을 잤다느니, 그 여자가 사실 매독과 에이즈 같은 온갖 성병에 걸린 상태였기 때문에 양심적으로 이 일을 그만둔것 같다느니 하는 소리로 말이다.
나와 다른 여자들은 그의 말에 단 한마디도 호응하지 않았다.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고, 우리들 중 누군가는 그녀와 같은 행동을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약 그녀와 같은 행동을 한다면, 그 말들이 고스란히 우리에게로 향할 것이라는 사실은 너무나도 명백했다. 나와 다른 여자들은 술집 주인의 유언비어에 얼굴을 찌푸리고 각자의 할 일을 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