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전
명나라 임금이 성화라는 연호를 쓰던 때에, 조선 남쪽 지방에 한 이름난 선비가 살았다. 그의 성은 심, 이름은 현이었다. 본래 많은 관리를 배출한 훌륭한 가문이었으나, 심현은 관직을 얻어 이름을 알리는 일을 마음에 두지 않아 학문이 높은 선비로 지냈다. 아내는 정씨는 훌륭한 가문의 후손이었으며 성격이 부드럽고 여유가 있었으며, 모습은 아름다웠다. 심현과 정씨는 결혼한 지 10여 년이 흘렀지만 오붓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자식이 없었다. 심현과 정씨는 서로 마주하면, 자식이 없는 일로 늘 슬퍼했다. 그러던 어느날 정씨가 기이한 꿈을 꾸고 그달부터 임신해 열달 뒤 한 여아를 낳았다. 심현과 정씨는 대를 이을 아들이 아니기에 아쉬워했으나, 딸의 모습이 비범한 것을 보고 몹시 사랑했다. 딸의 이름을 청, 자를 몽선이라고 정한 다음 손 가운데 보물처럼 아꼈다.
심청이 점점 자라서 3살이 되었다. 심청은 생김새가 아름다웠고 재능이 뛰어났으며 효성이 아주 대단했다. 심청을 두고 이웃사람들과 친척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기쁨이 다하면 슬픔이 오는 것이 예부터 계속된 세상의 이치였다. 정씨가 갑자기 병을 얻어 마침내 세상을 떠나니, 심현은 크게 슬퍼하며 예를 갖춰 안장한 뒤 딸 심청을 안고 밤낮 슬퍼했다. 심청 역시 모친을 부르며 흐느껴 울었다. 아버지와 딸의 슬퍼하는 모습이 초라하고 구슬퍼 차마 보지 못할 정도였다.
재산은 점점 없어져 갔으며 거기에 더해 심현은 병까지 얻게 되었다. 심현은 병들어 늘 누워 있었다. 그러던 중 심현은 눈병을 얻었고 몇 개월이 지나자 가까운 것조차 구별하지 못할 만큼 눈이 멀었다. 먹고 살길은 더욱 어그러져 남아있던 재산을 팔아 아침저녁 끼니를 해결했다. 심현은 숨이 곧 끊어질 듯 건강이 나빠졌다. 심청이 점점 자라면서 아버지 심현이 굶주리는 것을 슬퍼 동네를 두루 다니며 구걸을 해, 아침저녁으로 심현을 먹였다. 동네 사람들은 심청을 가엽게 여겨 음식을 아끼지 않고 내주었다.
하루는 심청이 밖에 나가서 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심현은 배도 고프고 딸 심청도 걱정이 되어서 지팡이를 짚고 짚신을 신고 문에 기대어 기다렸다. 심현은 더 기다리지 못하고 지팡이를 두드리며 길을 찾아 조금씩 앞으로 나갔다. 그러다 심현은 넘어져 구덩이에 빠져 움직이지 못했다. 아주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을 때 한 스님이 지나가다가 보고 붙들어 앉히고 물었다.
“당신은 정상인도 아니면서 어디를 가려고 나섰다가 이런 봉변을 당하셨습니까?”
심현이 울면서 말했다.
“나는 앞을 못 보는 사람입니다. 자식이 나가서 돌아오지 않아, 찾아 나서 보겠다고 아무 생각 없이 나왔다가 죽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스님이 생명을 구해주셨으니, 그 은혜가 산처럼 무겁겠습니다.”
스님이 말했다.
“나는 명얼산 운심동에 있는 개법당 소속 승려입니다. 마을에 내려와 절에 돈과 쌀을 바칠 사람을 찾던 중 마침 당신을 보았습니다. 제가 당신 고나상을 보니, 지금은 삶이 고단하지만 4ㆍ5년 뒤면 임금만큼 귀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만약 지금 절에 재물과 쌀을 많이 바치면 외동딸 역시 귀한 사람이 될 뿐만 아니라 당신도 다시 앞을 보게 될 것입니다.”
심현이 말했다.
“재물을 얼마나 바쳐야 하나요?”
스님이 말했다.
“부처님께 바치는 재물 가운데 가장 좋은 것으로 치는 것이 쌀입니다. 300석은 바치셔야 합니다.”
심현이 스님의 말을 듣고 장부에 자기 이름과 ‘쌀 300석’을 적으라고 말했다. 스님이 손을 모아 인사를 전한 뒤, 조만간 쌀 300석을 받으러 오겠다고 말한 뒤 절로 돌아갔다. 심현이 집에 돌아와 탄식했다.
“나는 앞을 못 보는 사람이다. 나는 끼니를 해결할 죽 한 그릇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 어린 딸 심청이 구걸한 것을 아침저녁으로 먹는다. 이렇게 근근이 삶을 이어가는데, 어떻게 쌀 300석을 얻어서 부처님께 바치리오! 부처님을 속이면 마침내 좋지 못한 일을 당할 것이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속이게 되었으니, 죽은 다음에 억만년을 지옥에서 보낼 것이다.”
심현이 이렇게 말하며 슬퍼했다. 심청이 마을사람에게 구걸해 얻은 음식을 가져오다가 아버지가 슬퍼하는 모습을 봤다. 심청이 심현에게 물었다.
“아버지, 오늘 서쪽 마을 부잣집에 가서 방아를 찧어주고 양식을 얻어오느라고 늦었어요. 아버지가 이렇게 슬퍼하시는 것은 제가 효성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심현이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요즘 서러운 감정이 일어나고 가난한 운명이 한탄스러웠지. 그래서 문을 나서 네가 간 곳을 더듬어 찾아가다가 구덩이에 빠져서 죽을 뻔했어. 그러다 한 스님이 구해줘서 살았지. 그 스님이 말씀하시기를, 내가 앞을 못 보게 된 것도 전생의 죄요, 구걸해 먹고 사는 것도 전생의 죄라고 했어. 쌀 300석을 부처님께 바치면 나는 눈을 다시 뜰 수 있고 너는 귀하게 된다고 해, 내가 문득 좋은 일로 운명을 바꾸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스님에게 내 이름과 쌀 300석을 장부에 적으라고 했지.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생각하니, 우리 부녀는 땡전 한 푼, 쌀 한 그릇이 없는데 어디서 300석이나 구해서 부처님께 바치리오. 부처님께 거짓말을 했으니 앞으로 큰 재앙이 닥칠 것이야. 이런 까닭에 슬퍼했어.”
놀부전은 끝났나요? 중간에 끝난 느낌이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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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경판본 결말이 좀 애매합니다. 워낙 유명한 이야기이고, 판각 비용도 고려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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