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께서 살아계실 때 자네를 사윗감으로 정하셨었지. 그간 화란이 한두 번이 아니었네. 세월이 흐르매 연약한 여동생이 깊은 규방에서 앵혈을 지키며, 기약했던 혼인은 늦어지기만 했지. 자네가 본가로 돌아가 다시 오지 않길래, 일을 잊은 줄로만 알았었네.”
황극이 그간 집안에 닥친 재난과 남화산 태허진인을 스승으로 섬긴 일, 배움이 깊어진 일 등을 대강 말했다. 서로 이야기하며 포구로 가던 중 또다시 함성이 크게 울려 퍼졌다. 추격병이 산을 둘러쌌다. 황극이 말했다.
“면죽성이 해자가 깊고 성채가 견고합니다. 병사를 길러 적을 막을 만한 곳입니다. 자사께서는 그곳으로 급히 가 수비하십시오. 추격병은 제 휘하 부대로 족히 물리칠 수 있습니다.”
황극은 용맹하게 소리쳤다.
“무지한 남쪽 오랑캐야! 하늘의 뜻을 헤아리지 않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병사를 일으켰구나. 이처럼 미쳐 날뛰니 흉악한 수괴가 어찌 죽음을 면하겠는가?”
말을 마치자, 황극은 적진에 뛰어들어 마치 주변에 사람이 없는 듯 철퇴를 휘둘러 먼저 장수 수십 명을 죽였다. 그다음 동쪽을 가리키면서 서쪽을 치고 왼쪽을 끌면서 오른쪽으로 휘두르며 황금철퇴를 썼다. 말을 치면 말이 고꾸라졌고 사람을 치면 사람이 죽었다. 남만 추격 부대는 감히 막아서지 못한 채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남만 부대는 너나 할 것 없이 부모가 짧은 다리를 줬다며 원망했다. 눈앞에 한 명도 남지 않았다. 황극이 천천이 부대를 물리며 적군이 버리고 간 무기를 수습했다. 익주로 들어가는 험한 곳을 찾아 돌맹이로 팔문진을 만들어 육정육갑 신장을 배치했다. 신장 저마다 방위를 나눠 지켰다. 이로써 위세를 더했다. 점심이 되어 솥을 놓고 밥을 지어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황극이 소매에서 점괘를 얻고는 말했다.
“오늘 밤 사경 즈음에 적병이 기습할 것이다. 나는 그들을 철저하게 쳐부숴 한 사람도 살아 돌아가지 못하게 만들겠다.”
황극은 몰래 천신을 불러 비바람을 불게 했으며 오뢰천심정법을 사용하며 때를 기다렸다. 잠시 뒤 남만 장수 이섬이 병사에게 나무막대를 물도록 한 다음 말을 달려 곧바로 석진으로 달려들었다. 진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섬이 말했다.
“계책에 당했구나.”
재빨리 후퇴하라고 했으나, 큰바람이 세차게 일어나 모래바람이 불고 돌멩이가 날렸다. 검은 구름이 일어나 겹겹이 둘렀다. 비가 물을 댄 듯 내렸다. 하늘에서 벼락이 일어났다. 도깨비불이 번쩍였다. 세상은 아득하고 어지러웠다. 많은 남만 병졸이 벼락에 맞아 부서졌다. 이섬이 뜻하지 않게 당했던지라, 어찌할 줄 몰랐다. 이섬은 도리어 칼을 휘두르며 뛰쳐나와 황극에게 달려들었다. 황극이 크게 소리치더니 황금철퇴를 휘둘러 이섬의 머리를 부쉈다. 황극은 천천히 행군해 면죽성에 닿았다.
그때 면죽성 태수 이항이 성벽에서 자사 이태진과 황극이 오는 것을 봤다. 다리를 내려 맞이했다. 관아에 들어서자 자사 이태진은 숨을 고르고 마음을 진정했다. 자사 이태진은 태수 이항을 불러 꾸짖었다.
“너는 성도에 있으면서 관할의 위급한 일을 날마다 거듭 보고받았으면서도 수수방관하며 구하러 오지 않았다. 어찌 이처럼 군법을 우습게 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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