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에게
망설이 없이 힘껏나를 패다오.
날까로운 너의 도끼날이아침 햇살에 빛나는 순간
있는힘을 다해 나를 쪼개 내던져다오
백일홍이 핀 해우소 앞마당에 내던져도 좋고
큰스님 계신 좌선실 툇마루 밑에 차곡차곡 쌓아도 좋다
나는 지금까지 한그루 참나무로 자라면서 언젠가는
당신의 장작이 되는 기쁨을 얻으리라 기도해왔다
쪼개진다는 것은 나눈다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햇빛과 바람과 새들과
흙에서부터 저 밤하늘의 별들까지
모든 것을 얻었는데도 모든 것을 버리지 못하고
이제 당신 앞에 모가지를 길게 드리두고 엎드려 있나니
나 또한 자비의 장작이 되게 해다오
나는 멀리서 밤이슬의 발소리가 들려올 때
산사나 해변의 피운 사람의 모닥불로 타올라
조선의 막사발을 탄생시킬 것이다
큰스님의 법체를 태우는 다비의 불길로
추워 떠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덥혀주고
영원한 기쁨의 숯이 될 것이다
정호승 시인의 도끼에게를 읽고
시를 읽을 때 마다 나는 모든 것에서 숭고한 한 사람으로 서게한다
내마음의 모든 것들을 정리하게 해준다
일어난 모든 것들은 사랑이고 아픔이었지만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것을 왜 그렇게 망설임으로 해 왔는지
누구는 시인으로 누구는 독자로 만나 가슴따뜻함을 적혀준다
나도 누군가의 등불이 되고 싶고 빛이나는 사람이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