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왔는지 모르면서도 나는 왔고
내가 누구인지 모르면서도 나는 있고
어느 때인지 모르면서도 나는 죽고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서도 나는 간다
사랑할 줄 모르면서도 사랑하기 위하여
강물을 따라볼 줄 모르면서도 강물을 따라간다
산를 바라볼 줄 모르면서도 산을 바라본다
모든 것을 버리면 모든 것을 얻는다지만
모든 것을 버리지도 얻지도 못한다
산사의 나뭇가지에 앉은 새 한마리
내가 불쌍한지 나를 바라본다
무심히 하루가 일생처럼 으른다
정호승님의 시집에서 올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