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서울역에 가야한다
오늘도 죽지 말고 내일도 죽지 말고
막차라도 타고 서울역에 가서
마지막으로 당신을 만나야 한다
아무리 가도 아무 데도 갈 데가 없어
어디를 가든 가야 할 길이 사라져
누구를 만나든 더이상 만나야할 인간이 없어
당신을 만나러 서울역에 가야 한다
굳이 목숨이 다한 내 목숨을 구히지 않는다
당신을 따라 서울역 광장에 엎드려 절을 해야 한다
화엄사 각황전 여래불님께 절을 하며 버리듯
반드시 앙갚음하려던 내 마음을 버려야 한다
대합실을 오가는 승객들의 발밑에 며 칠이고 엎드려
죽기 전에 갚아야 할 원수를 사랑해야 한다
서울역에 함박눈 펑펑 쏟아지던 겨울밤
오리털 점퍼를 벗어 노숙인에게 입혀주고
오만원 지폐를 손에 꼭 쥐여주고
황급히 사라져간 당신 뒤를 따라가야 한다
정호승시
노숙자들의 모습을 시인의 눈으로 따뜻한 마음이 참 아름답게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