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영화 다른 느낌 @jjy

요즘 더위 속에서 극장이 호황이라고 한다. 해외는 못가도 가까운
상영관을 찾아 팝콘 한 통 사들고 콜라도 하나에 빨대 두 개 꽂아
한 모금씩 빨아가며 보고 싶은 시원하게 영화를 즐기는 것도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피서로 자리 잡고 있다.

신과 함께2
천 년 동안 48명의 망자를 환생시킨 저승 삼 차사, 한 명만 더
환생시키면 그들도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강림은
수홍을 자신들의 마지막 귀인으로 정하는 무모한 선택을 한다.

수홍은 마지막 49번째 재판의 주인공이 되어 강림과 어렵고 험난한
지옥재판을 하게 되고 이승에서는 염라대왕의 명으로 망자를 데리러
간 해원맥과 덕춘이 성주신을 만나면서 자신들조차 몰랐던 천 년을
두고 얽히고설킨 이들의 因과緣 그들이 겪어내야 했던 삶의 퍼즐이
맞춰진다.

강림은 저승의 일류 변호사답게 이번에도 수홍의 재판을 이끌어나
간다. 수홍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려는 강림과 자신의 죽음의 진실을
외면하는 원귀였던 수홍 탓에 더욱 험난해진 지옥 여정에서 강림의
인간적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이 영화의 연출이나 연기에 대해서는 내가 평할 바가 아니다. 다만
나는 수홍을 위해 환생을 눈앞에 둔 천년의 모든 공을 내던지는 실로
무모한 선택을 하는 강림의 결정을 조명하기로 한다.

신과 함께2는 다분히 불교적인 요소가 많은 영화다.
그러나 우리에게 지옥은 한 사람의 사후에 생전에 살아온 공과를
심판하고 그 결과에 의해 주어지는 상벌이라고 한정하지 않는다.

인간은 누구나 각자의 지옥을 가지고 있다.
애석하게도 사람은 나날의 지옥을 생성하고 그 지옥에 스스로 갇히기도
한다.

종교의 가르침을 통해 지옥에 가지 말아야 하는 이유로 두 가지를 이유로
든다.
첫째가 통고(痛苦)요 둘째가 실고(失苦)라고 하는데 통고라 함은 끝없이
이어지는 고통을 말한다. 그리고 실고라는 뜻은 모든 기회를 잃었다는
의미다.

강림은 그 때까지 실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수홍의 억울한 죽음을 둘러싼 관련 인물들이 수홍에게 용서를
구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던 것이었다. 단순한 진실규명이 목표가
아니라 그들로 하여금 실고의 아픔을 겪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자신이 질투심에 눈이 어두워 아버지를 구하지 않았고 다시 찾아간
전쟁터에서 아버지의 영혼은 용서를 구할 시간도 없이 저 세상으로
떠난 뒤였다.

그리고 또 하나 사랑의 화신은 바로 성주신이었다.
모든 것을 뒤집어 생각하라고 강조 한다. 역지사지의 마음이 현신을
결정하게 된 동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린 현동이 방바닥에 엎드려 한글 공부를 할 때 무심코 쓴 글씨
미ㄹ어ㄴ을 뒤집어 읽으면 가ㅇ리ㅁ으로 읽히는 지극히 평번한 진리를
알게 되는 순간 모든 인연은 거꾸로 읽는 글씨처럼 같은 글씨임을
인과 연은 본시 한 가지였음을 깨닫게 된다.

역지사지의 마음이 사랑을 감정이 아닌 내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을 실천하게 한다. 이 마음이 있어 신은 육화강생을 결행하고 고난
하고 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인간은 신을 창조주와 피조물이 아닌 아버지
와 자녀의 관계로의 초대에 응하고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같은 영화를 보아도 느낀 감상은 각각일 것이다.
신과 함께2는 내 마음에 두 가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易地思之와 失苦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