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영화 리뷰_라라랜드&리틀포레스트

in lalaland •  6 years ago 

오늘은 저녁에 잠깐 오랫만에 만난 친구랑 카페에 다녀온 일 말고는 하루종일 집에 있었다.
아, 맞다. 오전에 운동도 다녀왔지.
하지만 운동은 워낙에 루틴한 일이어서 내 머리속에 남지 않는 것 같다.

요새는 하루하루가 똑같이 흘러가는 느낌이어서, 누가 "너 어제 뭐했어?" 하고 물어보면 기억이 잘 나지 않아 당황스럽다.
기억이 남는 하루를 살도록 노력해야 하는걸까, 아니면 평범한 하루도 기억하려고 노력해야 하는걸까.

오래 집에 머무른 덕분에 영화를 두편이나 봤다.
그리고 두편 다 마음에 든다.
이런 일은 흔하지 않다.

사실, 라라랜드는 이미 본 영화였다. 영화관에서-
그러고 무척이나 맘에 들어했는데, 생각해보니 한번 더 본 기억이 없었다.
약속에서 돌아와 티비를 막 켰는데, 이게 왠일인지, CGV 채널에서 라라랜드를 하는것이다.
티비에서 내가 관심있는 영화가, 그것도 시작한지 얼마 안된 영화가 한다는 것은... 뭐랄까?
길가다가 만원을 주운 것과 같은 그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요새 영화값이 만원은 훌쩍 넘으니, 그정도로 생각하면 시장경제에 맞을 것 같다.

그럼 라라랜드부터 리뷰를 시작해 보겠다.

#1) 라라랜드

나는 항상 영화를 보고 나면 끝 느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여운 이라고 하면 되겠다.

라라랜드를 보고 난 나의 느낌은 아련함. 아쉬움. 인 것 같다.
눈물이 흐르는 것은 아니지만 눈물샘 가득 고이는 그런 애틋한 슬픔.

이번생은 모두가 처음이기 때문에, 후회와 아쉬움은 우리네 삶에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공존하는것 같다.
그때 이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한 번만 참았더라면.
그때 이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그 곳을 갔더라면.... 등등.

라라랜드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그 길에 대한 아쉬움을 너무나도 잘 그린 영화라고 생각한다.
뻔한 해피엔딩이 아니어서 더 좋다.
사실 현실이라는게, 희극보다는 비극이 많지 않은가.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영화에서라도 해피엔딩을 바란다지만 나는 좀 다르다.
나는 현실적인 영화들에서 더 큰 위로를 받는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욱 좋았다.

엠마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의 마지막 눈빛 교환.
그리고 라이언 고슬링이 엠마스톤이 프랑스로 떠나기 전에 했던 "나는 영원히 너를 사랑할거야"라는 말.
그 마지막 눈빛이 그 대사를 다시 한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항상 너를 응원하고 사랑할게....

사랑...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람들은 항상 사랑을 꿈꾸고 원하지만, 원하는 것만큼 사랑을 위해 노력하지는 않는 것 같다.

사실 나만 해도 그렇다.
나는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있는가.
모르겠다.

사랑에는 여러 종류의 사랑이 있다지만, 그동안의 나의 연애를 돌이켜보면.
그 연애는 철저히 나를 위한 것이었다.
위해주는척, 사랑하는 척 했지만.
사실은 나를 위해 그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사랑을 원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긴... 요즘같은 세상에 남녀 사이에 무조건적이고 희생적인 사랑이 존재하긴 할까.

영화 안에서의 두 주인공의 사랑은 결혼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실패했다고 말해야 할것이다.
하지만... 사랑의 목적이 과연 결혼일까.
그런 면에서 나는 그 둘의 사랑이 부러웠다.
나는 그들이 꿈도, 사랑도 성공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 둘의 기억속에서 그들의 사랑은 가장 열렬했던 그대로 평생 기억될 테니까.

만약 이루어졌다면, 그러한 아쉬움과 애틋함은 없고 지독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2) 리틀 포레스트

난 문소리 라는 배우가 참 좋다.
그 배우만이 가지고 있는 느낌이 좋다.
문소리의 눈동자에는 적절한 쓸쓸함이 있다.
그러면서도 따뜻하다.
그녀의 눈동자, 표정, 목소리, 연기... 모든게 참 마음에 든다.

이 영화는 참 싱그러운 영화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변화를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영화였다.

계절이라는게 어릴때는 몰랐는데 참 빠르게 변한다.
분명 봄이었는데 어느새 덥고, 더운가 했더니 벌써 쌀쌀하다.
계절이 간다는게 참 어쩔 때는 인간관계 만큼이나 덧없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끊임없이 배가 고팠고, 인스턴트가 아닌 풀내음이 가득나는 시골 밥상이 그리웠다.

엄마.
엄마가 보고싶어지는 영화였다.

어릴때는 엄마도 엄마의 삶이 있다는 생각을 못한 것 같다.
엄마도 사실 엄마로 태어난 것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어찌보면 나같은 사람이 아이를 낳게된다면 엄마가 되는 것 아닌가.
내가 나중에 아이를 낳게 된다면 나는 과연 어떠한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엄마라는 단어는 참 듣기만 해도 애틋해지는 것 같다.
엄마라는 존재가 있음에 감사해야 하는데. 참... 마음처럼 행동은 쉽지 않다.

리틀 포레스트는 싱그러운 청춘 영화.
딱 내 또래를 그린 영화였다.

영화에서 김태리가 취한 류준열을 보며 꽤 멋진 주사를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나도 꽤 멋진 주사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꽤 추한 주사라는거 ㅎㅎ

내 청춘도 지금의 겨울을 견뎌내면 좀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
내 꿈도 지금 아주심기를 하려고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련다.

아, 내가 아이를 낳는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길을 잃은 것 같으면 멈춰도 괜찮다고.
꼭 길을 가야만 하는건 아니라고.
그런 엄마가 된다면 꽤 괜찮은 엄마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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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 배우를 좋아하시는군요.
혹시 '여배우는 오늘도' 영화 보셨나요? 저는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그 영화도 봤어요!!! :) 영화취향이 비슷한거 같아요. 문소리 님이 감독으로서 연출도 하셔서 더더 좋았어요!! :)

라라랜드 후기 너무 좋다. 뻔하지 않은 감상평 ㅎㅎ

고마워 오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