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꿈꾸는 식물.
꽃의 여왕은 냄새. 기분. 온도에 따라 그 모습을 새롭게 바꾸곤 한다. 겉으론 고고하고 상냥한 듯 보이나, 천 번의 변덕과 우유부단으로 어렵사리 피어났다. 자기 연민으로 스스로를 지키고 도닥이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여왕은 최근 자신의 얄팍한 감정선을 짓누르며 자라는 줄기가 영- 성가신 상태다. 줄기가 생장점을 멋대로 정해 가지를 뻗는 것을 묵인하고 있는데, 아직은 그런대로 지켜봐 줄 용의가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여왕은 어디까지나 장식에 불과한 불쌍한 줄기가 하루빨리 지쳐 말라버리길 바랐다. 하루 이틀... 그렇게 묵인되는 날만 쌓일 뿐 아무런 변화가 없자. 여왕은 안달이 나버렸다.
어느 날 정원사를 다급하게 부르던 여왕은 지체 없이 줄기를 잘라낼 것을 지시했다. 그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는 것처럼 단호했다. 선은 갈렸고, 남은 자리엔 초록이 흥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