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을 받은 음식물을 제대로 먹고 종합비타민제를 먹은 덕분에 건강은 하루 하루가 다르게 좋아졌다. 이마와 머리에 이상한 경련이 일어나던 것도 가셨고 오른쪽 귀의 청력도 조금씩 되살아 났다. 28인치였던 허리가 불과 이틀만에 29인치로 늘었다.
간수가 불러서 가보니 앞으로 한달에 한번씩 가족에게 통신연락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사이공 시내에 있는 교민자치회장에게 한통, 방콕에 있는 아내에게 한통의 편지를 써서 아침에 자신에게 달라고 했다.
이대용은 자신의 편지를 월맹의 관리들이 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게 썼다. 이순흥 회장에게 보내는 편지도 조심스럽게 썼다. 혹시 차입이 끊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9월 28일 아침 갑자기 하이탑 장군이 짐을 싸서 감방을 나갔다. 이대용은 라면 2봉지, 쪄서 말린 쌀 2봉지, 담배 4갑, 세탁비누 1개를 이별의 선물로 주었다. 10월 중순을 되어야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떠났다. 감방은 텅비어 있는 것 같았고 이대용은 절해 고도에 혼자 남아 있는 것 같은 고독을 느꼈다. 엄습해 오는 적막감을 달래려고 방과 변소 청소를 하기도 했으나, 외로움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10월 2일에 간수가 이대용에게 다시편지를 쓰라고 있다. 9월 27일에 편지를 썼는데 또 편지를 쓰냐고 물었다. 간수는 그것은 9월의 편지고 이번은 10월에 쓰는 편지라고 했다. 이대용은 다시 아내와 이순흥 회장에게 쓰는 편지를 썼다.
10월 5일 이순흥 회장으로부터 다시 특별차입이 들어왔다. 약 25kg 정도의 물품이었다.
10월 13일 누가 이대용의 감방으로 들어와 뭔가를 조사하는 것 처럼 하더니 이대용의 호주머니에 종이를 집어넣고 사라졌다. 조심해서 보았더니 교민자치회장 이순흥의 편지였다. 그러나 그 편지가 이순흥의 편지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편지의 내용에 이대용의 육군사관학교 동기생인 이재순 사장의 안부를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이순흥 회장이라는 것을 알리려고 한 것 같았으나 그것도 믿을 수 없었다.
만일 이번 편지의 전달이 이순흥 회장이 개척해 놓은 비밀 연락망에 의한 것이라면, 앞으로도 비밀편지가 더 올 것이므로 그때까지는 마음을 놓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순흥 회장이 말한 것 처럼, 편지의 여백에 답신을 보냈다. 10월 13일 오후에 누가 쪽문을 열고 손을 내밀었다. 이대용은 편지를 그 손에 전달했다.
10월 16일 오전에 다시 편지가 전달되었다. 편지를 읽어보니 이순흥 회장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났다. 겨우 안심을 했다. 편지를 통해 안영사와 서영사 그리고 최기선이란 민간인이 이대용이 수감되어 있는 치화형무소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불란서 총영사관이 재월 잔류 한국인들을 계속 도와주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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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의 손길이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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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을 주시는 분에게 그져 감사할 따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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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적인 상황에서도 아군이 있다는 든든함은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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