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잭 더 리퍼에 대한 개인적인 인물 분석

in life •  8 years ago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예전에 보고 왔던 뮤지컬인 [Jack the Ripper(잭 더 리퍼)]에 대해 극 중에서의 인물 분석 겸 감상을 적어볼까 합니다. 본문에 앞서 제 개인적인 생각이 200% 반영된 글이므로 뮤지컬 보신 다른 분들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뮤지컬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그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말하기에 앞서 [잭 더 리퍼]의 인물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대의 시대적 상황과 ‘잭 더 리퍼’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잭 더 리퍼가 실존했던 시대는 1880년대의 영국입니다. 19C 중반 영국은 수많은 아일랜드 이민자들로 넘쳐났으며, 이들이 영국 각지의 대도시들로 몰려 영국 런던의 동쪽 외곽에 위치하고 있던 화이트채플은 심각한 인구 과밀지역이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부족해진 일자리로 인한 실업 문제의 만연과 가난으로 인해 집을 얻는 것이 어려워지자 수많은 빈민이 양산되었습니다. 강도와 폭력 사건, 알코올 의존으로 인한 병폐가 끊이지 않는데다 16세기 후반부터 경찰을 포함한 공권력의 통제가 거의 미치지 않아 갖은 범죄가 끊이지 않던 화이트채플은 악명 높은 부도덕의 온상으로 각인되어 갔습니다. 1888년 잔인 흉포한 연쇄살인이 발생하며 화이트채플은 누구로부터 언제 살해당할지 모른다는 공포로 점점 흉흉한 분위기가 도시 전체로 번져 나갔습니다. 1888년, 매리 앤 니콜스 살해를 시작으로 장기 적출과 시체 훼손을 일삼은 잭 더 리퍼의 연쇄살인이 바로 그것입니다.

1888년, 런던의 화이트채플에서 다섯 명이 넘는 매춘부가 살해되었습니다. 8월 7일부터 11월 10일까지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살인마와 극악무도한 범행 수법으로 런던 전역을 공포로 뒤덮었습니다. 숱한 의혼만 남긴 채 사라진 정체불명의 살인법은 스스로를 잭 더 리퍼라 칭하며 런던의 언론사인 센트럴 뉴스 에이전시에 한 통의 편지를 보냅니다. 1888년 9월 27일에 배달된 이 편지에는 ‘자신은 매춘부를 증오하며 일련의 살인사건들은 그들에 대한 처벌이자 단죄’라는 내용과 ‘살인은 계속된다.’는 예고의 메시지가 적혀 있었습니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범인의 대범한 범행 성명은 영국 사회를 뒤흔들었고, 황색언론을 통해 화이트채플의 살인마 잭 더 리퍼는 순식간에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습니다. 여기서 잭 더 리퍼란, 실제 연쇄 살인마의 이름은 아닙니다. 미상의 남성을 표현할 때 쓰는 ‘Jack’과 ‘찢다’라는 의미의 ‘Rip’에서 연장된 ‘Ripper’, 즉 ‘찢는 자’란 의미의 단어의 조합이 나타납니다. 이름 자체를 직역하면 다소 어색하다만 ‘찢는 자 잭’으로 그의 범행 속 잔혹한 행태를 연상시킵니다. 한국에선 흔히 ‘칼잡이 잭’, ‘면도날 잭’, ‘살인마 잭’ 등으로 불립니다.

[잭 더 리퍼]의 주요 인물 3인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 분석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설명이 되어야하는 인물은 바로 외과의사인 다니엘입니다. 뮤지컬 [잭 더 리퍼]는 잭 더 리퍼의 살인사건과 잭 더 리퍼의 실체에 대한 추측이 내용으로 다뤄지기 때문에 극 중에는 ‘잭 더 리퍼’의 역할을 한 인물이 나옵니다. 단, 한 명이 아닌 두 명이죠. 다니엘은 그 중 한 명입니다. 다니엘은 실제 잭 더 리퍼로 의심 받던 용의자 중 첫 번째 용의자인 ‘몬테규 존 드루이드’를 모델로 만들어진 인물이 아니냐는 설이 있습니다. 몬테규 존 드루이드는 당시의 담당 수사관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뽑은 인물로 뽑은 인물로, 그는 용의자들 중 유일하게 해부학을 배운 사람이며 의학이 취미였습니다. 이 점은 그가 잭 더 리퍼라는 설에 힘을 실어 주었는데, 그 이유는 잭 더 리퍼는 장기를 적출한 기술이나 실력이 보통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운 정도로 정교하고 깔끔했으며 타 장기에 손상 없이 자행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극 중에서 다니엘은 외과의학에 종사하는 사람이었고, 해부학에 대한 권위자였습니다. 다만, 다니엘은 극 초반에는 잭이 아니었습니다. 극 중반에서 잭 더 리퍼가 총에 맞아 죽은 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잭 더 리퍼를 가장하고 살인을 저지르며 두 번째 잭이 되었을 뿐이죠.

다니엘의 그러한 행보는 극 초반에서 그가 실제 잭 더 리퍼를 만나면서부터, 잭이 그를 눈여겨보았을 때부터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할 수 있습니다. 잭의 존재에 대해 알았고, 잭이 총살되었던 것을 자신 혼자 안다는 것을 인지한 다니엘은 그 뒤 자신의 연인인 글로리아를 매독에서 구해내기 위해 장기를 구하러 여기저기를 수소문하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장기 매매는 불법이었기 때문에 그가 신선한 장기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죠. 결국 다니엘은 장기를 구하기 위해 ‘나는 잭 더 리퍼에게 살인을 의뢰했고, 살인한 시체의 장기를 받았다.’ 라는 거짓을 머릿속에 각인한 채 잭 더 리퍼의 이름으로 살인을 저지릅니다. 다니엘은 자신의 죄책감을 가리기 위해 이 모든 살인은 잭 더 리퍼가 한 짓이라고 생각했고, 그 결과 다니엘은 없는 잭 더 리퍼를 제 머릿속 환상으로 만들어내 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니엘은 죄책감에서 벗어나질 못합니다. 자신이 살인을 한 것은 아니지만, 살인을 의뢰해 장기를 받았다는 암시에 대한 죄책감에 그는 끝없이 글로리아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 사랑을 위해 저지른 살인.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저지른 살인. 이 얼마나 낭만적이며 슬픈 일일까요. 이것은 다니엘로 표현되는 잭 더 리퍼를 죄책감을 가질 줄 아는 인간성을 지닌 사람으로 그려내어 극을 관람하는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요소가 되며 앤더슨의 결정을 그리도 극단적으로 몰고 가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뮤지컬 [잭 더 리퍼]에서 가장 주요한 인물 중 두 번째인 앤더슨 형사. 앤더슨은 잭 더 리퍼의 연쇄살인사건 수사를 맡고 있는 담당 강력계 형사이며 코카인과 같은 마약에 대한 심각한 중독과 도박에 빠져 피폐한 삶을 보내며 살아가는 염세주의자였습니다. 형사로서 부적절한 모습을 한 그의 모습은 당대에는 그리 이상한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았습니다. 당대 영국의 화이트채플에 사는 남자는 주로 막노동을 뛰며 알코올, 마약 중독에 시달렸고, 여자 또한 알코올과 마약 중독에다 직업이라곤 몸을 파는 일 외에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앤더슨과 같은 모습은 당대의 남녀 누구나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앤더슨은 뮤지컬 넘버들 속에서 계속해서 끊임없이 묻습니다. “누가 살인자인가? 누가 희생자인가?” “넌 대체 왜 피가 필요한 거야?” 뮤지컬 [잭 더 리퍼]는 앤더슨의 회고로 시작되어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잭에 의한 첫 번째 희생자가 나오던 시점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또한 마지막에는 다시 앤더슨이 나오며 첫 장면과 같은 장면으로 극을 마무리한다. 앤더슨은 뮤지컬 속에서 형사라는 인물의 역할과 동시에 뮤지컬 중간 중간 스토리텔러의 역할을 하며 자칫 긴 시간이 생략되어 넘어가 그 시간들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때마다 사건을 설명하는 넘버를 통해 스토리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주어 이야기를 원활하게 진행시킵니다. 비교하자면,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루이지 루케니”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앤더슨 형사는 극의 처음 시작과 끝의 결말을 시작하고 마무리 짓는 인물입니다. 앤더슨의 회고로 시작된 이야기는 끝에 가서 자신의 옛 연인인 폴리를 죽인 다니엘에게 사람들이 어떤 동정도 주지 못하게 하기 위해, 폴리의 죽음이 그렇게 허무하게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잭 더 리퍼에 대해 알고 있던 모두와 함께 그 자리에서 자살합니다. 어쩌면 이 뮤지컬 [잭 더 리퍼]는 죽은 앤더슨 형사가 어째서 잭 더 리퍼를 계속해서 잡지 못했던 건지에 대한 이유였는지도 모릅니다. 잭 더 리퍼라는 인물에게 연관되어 있을 법한 이야기를 사실처럼 그려내고, 단순히 잭 더 리퍼의 살인이야기로 지나지 않게 하기 위해 더해진 앤더슨 형사의 존재는 [잭 더 리퍼]란 작품에 서정적 매력을 더합니다. 또한, [잭 더 리퍼]의 결말을 통해 왜 잭 더 리퍼가 잡히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아, 저런 경우가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나름 일리 있는 답을 내놓습니다.

어찌 보면 아주 단순한 내용의 뮤지컬일 듯 했지만, 느끼는 점은 많게 하는 뮤지컬 [잭 더 리퍼]. 인물 분석은 여기서 마칩니다. 인물에 대해서 정리하다보니 이 작품은 내용에 대해서 분석해 볼 필요도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러니 다음에는 그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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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나네요 저도 소설전공할거지만 드라마 많이 배우는데 워~ 친추하고갑니다~

감사합니다 8ㅁ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