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생의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일류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나름 번듯한 직장에 다니고 있고
인물도 아주 빼어나진 않지만 그래도 못 생겼다는 소리 듣지 않는 나이지만
여러 방면에서 자신이 없다.
즉 나에 대한 믿음이 없다.
문득 산책을 하다가 인생은 하나의 장기/체스 게임과 같아서
인생을 시작할 때는 모든 말이 있지만 중요한 국면에서 내린 결정에 따라
상대방의 말을 먹어 가며 유리해지기도, 아니면 나의 말이 먹혀 불리해지기도 한다.
말이 없어진다는 건 옵션이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나이가 어느덧 33살이 되고 보니,
정말 옵션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상황이 오면 마음을 고쳐 먹고 나아가야 한다는 걸 속으론 알지만
몸과 마음이 원하는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무언가를 이루려고 보니 내가 정작 남들보다 빼어나게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실력이 없으면 열정으로라도 그 gap을 메워야 할텐데
무엇보다 내 열정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갈피를 못 잡은 내 인생처럼 이 글조차도 두서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써내려가 본다.
세상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고민거리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갈 것이 분명하지만
남들이 내 고민에 대해 알 리가 없듯이 나도 그들 고민의 깊이를 알 수가 없다.
세상은 항상 이래 왔겠지만 그동안은 관심 없었던 인생살이의 무거움이 나이가 들수록 느껴진다.
사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마주 하고 고찰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진 않지만
익명의 이 공간에서라도
내가 살아온 인생
내가 살아갈 인생에 대해 끄적 거려 보고자 하는 이유는 아직도 삶에 대한 마지막 의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