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엔드 게임' 개봉과 함께 마블 시리즈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마블 시리즈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광팬일 정도는 아녔다.
중간중간 재밌어 보이는 영화는 직접 영화관에서 보기도 하고,
따로 찾아보기도 했지만 하나하나 모두 꼼꼼히 보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엔드 게임이 나왔고, 이에 대한 관객들의 평이 아주 좋았기에
직접 보러 가기 전에 뭔가 제대로 준비(?)해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2015년말에 Star Wars: The Force Awakens가 개봉되었을 때 분위기가 지금과 흡사 비슷했었는데,
그 때야 비로소 스타워즈 시리즈를 찾아서 제대로 보게 되었었다.
이번에도 엔드 게임을 제대로 즐겨 보기 위해 마블 시리즈를 타임라인 순으로 정주행 해보기로 했다.
그러면서 문득 든 생각은,
평소에 아무런 sense of purpose가 없을 때에는 왜 이걸 봐야 하는지, 본다고 해도 감흥이 적었었는데
'무엇을 위해' 즉 why가 생기니 몰입도가 훨씬 올라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인생을 되돌아 봤을 때 이랬던 경우가 적지 않았던 듯 하다.
대학 입학 후, 경제학이 싫었었지만 외무고시를 준비하게 되면서 외교관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학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을 때 경제학이 재밌어지기 시작했고,
금융에 관심을 갖고 CFA를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고리타분한 숫자의 장부 기입 같던 회계학에 묘미를 알게 되었다.
스타트업이 뜨면서 일개 외주업체에 의해 사업이 정한 그림을 구현해주는 작업 정도로만 생각했던 개발이 사실상 중요한 작업임을 깨닫고 이 분야에 대한 존경심이 들게 되었다.
물론 그 어느 것도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은 게 함정이지만 말이다...^^;
결국 인생은 그러한 why, 즉 sense of purpose를 찾는 일련의 과정이다.
어느 사람은 자신의 노력 과정에서 그것을 찾기도, 또는 운이 좋아 우연히 찾기도 한다.
이는 인생 자체에 적용될 수도 있지만 어느 특정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경력career가 됐든, 연애/결혼relationship이 됐든, 여가leisure/entertainment가 됐든 말이다.
어쩌면 이것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선구자들이 책을 썼다.
Simon Sinek의 'Start with Why',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 등등...
그렇게 되면 결국 중요해지는 건 '왜'가 중요한 것이라기 보다는
그걸 그 왜(Why)를 어떻게, 어떠한 계기로 찾게 되느냐가 중요해진다.
만약 진득하게 내 인생 전반에 영향을 줄 계기를 찾기가 어렵다면
적어도 나의 열정에 불을 지필 계기의 씨앗들을 연속적으로 찾아낼 수만 있어도 인생은 좀 더 생기 있고 의미 있는 게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the one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