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디 1
하루는 가까이 지내는 직원 후배와 와인동호회에 들렸다.
동호회는 와인 한 병 씩을 사서 가지고 오거나
집에 있으면 집에 있는 것을 가지고 오거나 자유이었다.
각자 가지고 온 와인을 모아서 와인을 나누어 마시고
사는 얘기를 하는 그런 모임이었다.
동호회를 리드하는 분은 나하고 연배가 비슷해 보이나
거기서는 연배 차이는 중요한게 아니다.
20대의 여성도 있고 50대의 남자도 있다.
모임은 리드하는 분의 인품을 쫒아서 온 사람도 있고
그냥 모임이 좋아서 온 사람도 있다.
회원 중 한 분이 자기가 관여했던
모임체에 관한 얘기를 하였다.
중국 연변에 사는 한국 동포들에게
송아지를 사주는 모임이었다.
모임의 회비로 송아지를 사서 그것을 길러주는
농부에게 주고 나중에 큰 소가 되었을 때에
송아지 한 마리를 낳아서 돌려 주면 된다.
다시 송아지를 얻은 모임은
송아지를 다른 농부에게 기르라고 준다.
송아지 분양 모임체는 연변에 사는 한국 동포들을
도와주는 기발한 모임체이었다.
동포에게는 경제적으로 득이 되고
모임체에서는 후원사업이 오래동안 지속되는 효과가 있다.
후원 비용은 적은 돈으로도 된다.
다른 회원은 남쪽 지방의 절을 다녀와서
느낀 점을 얘기했다.
모임을 리드하는 분은 드러나지 않고 조용히 얘기를 들으며
사람들 오고 갈 때 마다 반갑게 인사를 한다.
이런 모임은 참 순수하고 얘기를 듣는 것으로도 재미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지금은 못 가지만 ‘O월O일은 와인파티를 하는 날입니다’
라는 문구가 적힌 문자를 잊지 않고 보내준다.
마디 2
교유를 나누기에는 어디에서 처음 만나
교유를 갖게 되었는가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업무 때문에 사귄 사람은
늘 상 만나면 업무 얘기가 중심이고
독서 클럽에서 만나는 사람은
주로 독서에 관한 것이며
운동 모임에서는 맨 날 어떻게 하면 운동을 잘할까가
화제의 중심이다.
사람은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고 끼리끼리 어울리며 산다.
같은 길(同道)을 가는 사람끼리 친하게 지내는 것은
항상 그 분야에 얶메어 희노애락을 느끼기 때문이다.
세상을 폭 넓게 살려면 취미를 다양하게 즐기고
또 취미가 같은 사람끼리 취미에 관한 얘기를
다양하게 하는 것이다.
그저 만나면 해결도 안 되는 정치얘기나
지나간 세월의 추억담이나
사람들 씹는 얘기는 이제 식상할 만큼 되지 않았을까?
화제를 바꾸어 많고 많은 동호회 등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화제를 옮기면 어떨까?
그럴려면 먼저 동호회에 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