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점 하나 찍었는 데 온통 살아있는

in life •  7 years ago 

마디 1

여기 있는 나도 나요

그림 속의 나도 나다.

여기 있는 나도 좋고

그림 속의 나도 좋다.

이 나와 저 나 사이

진정한 나는 없네.

( 정민,‘조선 지식인의 발견’ 참조,

원전: 추사 김정희, ‘자제소조(自題小照)’)

마디 2

춘풍인가?

여하튼 비슷한 제목의 그림을 인사동에서 보았다.

유명한 월전 장우성화백께서 그린 그림이며

처음 본 순간 마음이 끌리어 자리를 못 떠나고

한참을 그대로 서있었다.

그때 본 그림을 나보러 그리라면 결코 그릴 수야 없겠지만

그림의 모습은 설명할 수가 있을 것 같다.

밀밭인가 보리밭인가

봄바람에 일렁거리는 모습에다

좌측에는 수양버들 한그루가

역시 바람에 하늘거리고 있었다.

관심 밖이라 잘은 모르지만 멀리에는

마을이 있었던 같기도 하고, 없었던 같기도 하고.

그 그림을 보면 차분히 가슴이 내려 앉으며

보리밭에서 그냥 벌렁 눕고 싶다.

그리고 이런저런 사념을 하고 싶다.

그런데 그림을 더욱 좋아하게 만드는 것은

점 하나 꼭 찍어 놓듯 그려놓은 종달새가 있어서이다.

멀리 밭 한가운데에서 이제 막 날개 짓 하며

하늘에 오른 종달새가 있어 그림을 살아 움직이게 한다.

그림을 보면 볼수록 그림 속으로 빠져들게 하였다.

그림 값이 꽤 비쌀 것 같아 얼마냐고

물어볼 용기가 없어 그냥 사무실로 왔다.

사무실에서도 자꾸만 그림 생각이 나 전화로 물어 보았다.

당시 내가 살던 집의 전세 값하고 거의 맡 먹는 돈이었다.

애초에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지레 생각을 해서인지 아쉬울 것은 없었다.

나는 그날 이후

그냥 내 머리 속에 그림을 넣어 두고

생각날 때 마다 그림을 펴놓고

그림 안에 내가 있었다.

요사이도 종종 나는 그 그림을 머릿속에서 펴본다.

바람에 일렁거리는 보리밭에서 누워

하늘거리는 물 오른 수양버들을 보는 나를.

특히 종달새라고 점 하나 찍어 났는 데

온통 살아 있는 그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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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보고갑니다. 공감도 가고 소소한 감동이 있네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