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민망해서

in life •  7 years ago 

나는 저녁에 샤워를 안 하면 웬지 몸이 갑갑해

잠을 못 이룬다.

반면 독일에서는 저녁에 샤워하는 습관은 거의 없고

아침에 꼭 샤워를 한다.

독일에서 살다보니 왜 그렇게 해야 만 하는지 이해가 간다.

독일은 난방이 우리처럼 온돌식이 아니어서

방 한쪽 구석에 있는 하이쭝이라 불리는

스팀식 난방기가 온기를 전달한다.

그러나 겨울이나 봄철은 습기도 많고 기온도 차가워

온통 냉한 기운을 스팀식 난방기 하나로

다 해결하지 못한다.

그래서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해야

몸이 열리듯 개운하다.

아침 샤워에 관련된 이런 일도 있었다.

뮨헨에 있는 괴퇴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시절,

하루는 아침 시간이 빠득하지만

공동 샤워장에 사람이 없어서 빨리 샤워하고

서둘러 공부를 하러 가기로 했다.

물을 틀어 부지런히 샤워를 하는 데

누가 샤워실 문을 노크했다.

문을 열어주니 옆방에 사는 그리스 여자가

같이 샤워하자고 그냥 들어오는 것이었다.

아침에 바쁜 시간이라 나 혼자 사는 것도 아닌데

이미 밀고 들어 온 그 여자를 나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나는 하는 둥 마는 둥 얼른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문화적 충격이라면 충격이지만 그들은 자연스러웠다.

1년 한국에서 근무하다 다시

프랑크푸르트 현지법인으로 발령 받았다.

바드홈부르크에 있는 사우나를 동료들과 같이 갔다.

사우나에서는 남녀가 구별이 없이

모두 자연스럽게 나체가 되어 사우나를 즐겼다.

동양인 특히 한국인들만 쑥스러워하지

그 안에서는 아무 거리킴 없이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현지법인 근무 시절 질트 섬이라는

독일에선 유명한 휴양지에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갔다.

경관도 육지와는 달라 낮은 관목이나

이름은 모르지만 해안가 바위에 핀

이끼 식물의 꽃등을 관찰하는 재미도 있고

면세점이 설치되어 있는 인근 섬에가

쇼핑도 하는 등 재미거리가 많았다.

섬에 왔으니 가족들이 모두 바닷가를 가자고 했다.

바닷가를 가보았더니 아이들은 물론

남녀 성인들 까지 모두 나체로 수영을 하고 있었다.

인근 바닷가로 다시 자리를 옮겨 대서양을 보면서

바닷가를 산책했다.

그때 부부와 5~6세 된 여자아이가 옷을 전부 벗고

나체로 자연스럽게 바닷가를 산책하고 있었다.

우리는 아이들 보기가 민망해서 주섬주섬 짐을 챙겨

숙소로 돌아왔다.

처음엔 문화가 달라 충격이었지만

그런 것을 몇 번 경험하니까

점차 나도 자연스러워졌다.

그렇다고 독일의 성문화가 그렇게 난삽한 것은 아니다.

저녁 10시가 넘으면

TV에서 성인 프로가 자연스럽게 나오고

주말 늦은 시간이면

거의 포로노 수준의 프로들이 공공연하게 방영되지만

그것은 그냥 일상의 일로서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 들인다.

오히려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그런 프로를 보면서

일상이나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녹여내는 좋은 것으로 긍정적으로 이해한다.

성문화는 개방이 되면 될수록 신비한 것이 사라져

일상의 생활로 전환되어 버린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때는 TV에서 키스만 하면

희뿌연하게 처리하던 것을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레 키스하는 모습을 화면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성의 개방화 바람이 더 심하게 불어 올텐 데

우리나라에서는 과연 성의 신비함이

어느 수준까지 유지될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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