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에 대해서

삶의 의미가 있을까? 나는 이런 추상적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 약간의 현실 도피효과에 더불어, 짧지만 강렬하고 답 없는 어리석은 질문이야말로 공상하며 시간 떼우기가 좋다. 이 질문이 어리석은 이유는 혼자서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하다가도, 답을 내리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고나면, 어느 순간 질문자는 더이상 질문하기를 포기하고 의식 저 편으로 휘발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다 시간이 좀 지나면 슬그머니 다시 나타나고 질문하곤 한다. 그리고 다시 사라진다. 마치 영원한 굴레의 시지프스 같달까. 카뮈는 굴러 올린 바위가 떨어질 줄 알면서도 다시 바위를 올리려 내려오는 것을 인간성의 승리라고 했는데, 내가 하는 짓은 카뮈가 말한 인간승리일까 아니면 루쉰이 말한 정신승리일까?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할까 고민하며 물어 본 적이 있다. 삶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묻자, 혹자는 하나님께 나아가는 영생의 길을 향한 여정이라고 말한다. 다른 누군가는 인간은 고깃덩이에 불과하고 삶의 의미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말한다. 누군가는 그딴거 모르겠고 죽기전까지 그냥 재밌게 살다 가면 장땡이라고 한다. 글쎄. 나는 신을 믿지도 않고 유물론자도 아니다.
나는 삶의 의미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확언하기는 어렵지만 아무튼 어떤 형태로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것은 어떤 과학적 근거를 가진 확신이라기 보단 내 신념의 한 형태이다. 삶의 의미가 없다면 우리는 어떤 현상에 대한 반응으로 감탄하지도, 감동하지도, 눈물을 흘리지도,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행동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가 고깃덩이에 불과한 존재라면 죽이는 시, 문구 , 소설이나 영화, 거대한 자연현상을 보고 경탄할 수도 없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