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단평] <더 랍스터> 요고스 란티모스

in lobster •  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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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매력은 무엇보다 부조리한 상황 설정 그 자체에 있다. 무모한 상상력을 통해서 사랑에 대한 아이러니한 상황들을 억지로 지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그다지 억지스럽기만은 않은 리얼리티가 있었다. 등장 인물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듯 보이는 인물들이다. 편집증적인, 혹은 과대망상증적 자기애는 때로는 쓴 웃음을 자아낸다. 란티모스는 이혼 경력이 있는 주인공이 사람으로서 살아갈 인권마저 박탈 당한다는 설정을 통해 사회적 제도로서 결혼이라는 가부장 제도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다. 인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감정에 진정으로 솔직해야만 하는데 만약 결혼할 대상에 대한 감정이 진실이 아니라면 오히려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는 설정이 나온다.
인물들은 남성으로서 여성을 사랑하는 능력이 없지만 적어도 살고 싶다는 원초적 욕망 하나만으로 사랑을 하려고 억지로 노력하고 있다. 이 모든 상황들은 부조리할 뿐이다. 역설이고 억지스러움 그 자체지만 어딘지 익숙하고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이 기분은 분명 아이러니하다. 픽션에서 캐릭터의 그럴듯함, 혹은 실제로 있음직한 측면은 중요시된다. 그러나 그런 전제를 란티모스는 일부러 배반한다.
정해진 기일 내에 제 짝을 찾지 못할 경우 이들은 끔찍한 벌을 받아야 한다. 게임의 법칙에서 주인공은 살아 남으려 애쓰다 다행하게도... 결국 살아 남게 된다. 그가 과거에 한 결혼의 실패 끝에 진정한 짝을 이루게 되는 과정을 란티모스는 진정한 로맨스인 것으로 애써 포장하지는 않는다. 그 과정은 끔찍하고 잔혹한 것으로 그려진다.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혹은 눈이라도 걸어야하는 무시무시한 현실은 사랑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사랑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외톨이 무리의 리더(레아 세이두)는 엄숙함으로 무장한 채 사랑은 유치한 감정이라며 저항하다가 결국 생매장까지 당한다. 사랑이라는 기적을 그리는 과정은 지나치게 살벌하다.

201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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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마지막 날짜 너무 미래에요 ^^

ㅎㅎ 요즘 영화평 쓰기가 갈수록 힘이 드네요.

쉬엄쉬엄 하세요~
가끔은 가벼운 일상 얘기 하셔도 되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