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아는 친구네 놀런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후덥지근한 여름 저녁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친구는 영구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었습니다. 하여간 옆집 대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나도 모르게 그쪽으로 눈이 돌아갔습니다.
흐미. 일흔 좀 넘어 보이는 할머니가 빤히 쳐다보는데, 이거 인사를 해야 하나. 하지만 본 적도 없는 걸. 이후 몇 번 더 놀러 갔고 갈 때마다 난 열린 문으로 사람을 빤히 쳐다보는 그 눈길을 느꼈지요.
그리고 1년 후인가 봅니다. 녀석과 같이 술을 마시는데 그 할머니 욕을 하더라구요. 왜 그러냐고 하니 일주일 전인가 집에 들어가는데 동네 사람들이 모두 나와서 웅성거리고 경찰에 앰뷸런스에 난리가 났더랍니다.
뭔 일인가 싶어 보았더니 할머니가 투신자살을 했다더군요. 재수 없다고 연신 뇌까리는데, 속으로 참 마음이 아프더군요. 외로움을 견디지 못했다니 더더욱 처연할 밖에요. 나라도 오가며 인사라도 해줄걸 그랬나. 그렇게 외로우면 노인정이라도 가든가 하지. 성격이 모가 나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더군요.
요즘 다시 슬며시 중년남의 고독사 이야기가 나오던데, 나로선 그다지 반갑지 않습니다. 워낙 홀로 지내는 날들이 많았고 혼자 노는 버릇이 들어 이젠 누가 옆에 있으면 귀찮고 말도 하기 싫습니다. 그러면서 블로그질은 잘도 하더만? 그건 먹고 살자고 하는 거니 관계없고. 이 또한 혼자 놀기의 정수이니.
뭐가 그리 외롭습니까? 누군가 당신에게 관심을 가져 주지 않아? 사랑받고 싶어서? 아니면 여태까지 실패한 가장의 역할을 멋지게 수행하고 자식들의 존경을 받고 싶어서?
다 부질없습니다. 동물을 비교해서 죄송하지만 대부분의 포유동물 수컷은 생산을 위한 역할을 끝내면 혼자 살아갑니다. 그게 왜 그런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원래 수컷에겐 자연은 무리와 어울려 살지 않도록 만들어 두었기 때문입니다.
자연 상태에서 암컷보단 수컷이 더 많습니다. 그건 경쟁을 통해 이긴 승자의 우수한 유전자만전달되어 자손을 번창시키라는 자연의 명령이고 그 승자는 해마다 같을 수 없으니 혼자 살다 때가 되면 이겨 정자나 뿌리라는 무언의 법이기도 합니다.
즉 남잔 가족이란 존재와 떨어져 살아야 맞는다는 거죠. 그걸 인간 스스로 결혼과 사회란 인위적인 제도를 통한 통제의 용이함을 위해 남자의 본능을 거세해 버린 거죠.
사랑? 그거 6개월이면 질리고 섹스도 같은 상대면 1년 넘어갑디까? 남자들이 지속적으로 바람을 피우고 바람을 시도하는 이유는 핏속 깊이 탕기와 색기가 흘러서가 아닙니다. 오로지 자유롭고 싶다는 욕망, 그 하나만이 있을 뿐이죠.
혹시 지금 지독한 가정사에 매여 콱 뒈져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드십니까? 그렇다면 가족을 멀찍이 두고 고독을 즐겨 보십시오. 얼마나 편하고 안락한지 알게 될 겁니다. 어떤 놈은 끼니 걱정하던데 요즘 돈만 주면 얼마든지 만찬 즐길 수 있고 간편하게 치울 수 있습니다. 빨래? 세탁기 좋고 코인 세탁방도 있습니다.
대체 왜 여자가 필요하고 말 안 듣는 자식들이 내 눈앞에서 알짤거려야 할까요? 원래 장성한 자식은 아비의 경쟁자가 되는 법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경쟁자에게 겸허하고 예의를 차립니까?
애새끼들 대가리 굵어지며 개긴다 싶고, 마누라가 여자로 보이지 않고 원수처럼 느끼지면 과감하게 털고 나올 줄도 알아야 합니다. 멀리서 경제적인 지원만 하고 그냥 내 핏줄 어디 가서 쥐어 터지지 않나 감시만 하면 되죠.
이런 남자를 또 여자들은 잡아선 안됩니다. 아, 때가 되었구나. 이젠 보내줘야지 하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중년의 고독은 전혀 외롭지 않으니 국가는 씨잘데기 없는 걱정 말고 우리 좀 내버려 두라. 씨발. 하나도 안 외롭다.
사랑한다 - 주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