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시간 그녀의 전화.
"따르릉~"
모르는 번호다. 부스스하게 일어나서 목을 한번 크흨크흠하고 다듬어보고 일단 받아본다.
"여브세...크흨 여보세요?"
아 졸려..결국 실수했지만 다시 여보세요라고 제대로 발음했다. 하지만 전화기에서 말이 없다. 뭐지..이 밤중에 스팸인가.
그냥 끊으려는 찰나에 전화기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실명이니?"
뭐지..하다가 2초후에 흠칫하고 잠이 깬다. 그녀의 목소리다. 무슨 일이지..
"어..맞아."
그녀는 또 잠시 아무말 없다 말을 잇는다.
"나야, 수정이. 내 번호 지웠ㅇ...아 내가 참 번호가 바뀌었다 미안."
그녀가 술을 마신듯 하다. 약간 횡설수설.. 술냄새가 전화기 너머로 풍겨오는 것 같다. 그리고 사실 내가 번호를 지우긴 했다.
그나저나 이 애는 어쩐 일일까. 서로 연락안한지 백만년 되었다. 이후로 잘 사는 줄 알았는데...
"어, 수정이구나. 어쩐 일이야? 이 늦은시간에 전화하는 애 아니었잖아 너."
그제서냐 그녀는 풋 하더니 후후후 하고 웃었다.
"ㅎㅎㅎ 그럼 끊을까?"
몸에 타고난 밀당인지 뭔지 하여튼 머리 좋은 것..어차피 잠이 달아난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몸을 곧추 세웠다.
"아니야, 간만이네 잘 지냈어?"
잘 지냈겠지. 새 남자친구도 생겼겠고 원래 나랑 만날때도 여기저기서 입질 들어오던 아이였으니 분명히 홀로 떨어져 있으면 또 나모르는 수많은 대쉬가 들어왔을 것이다.
"그냥 뭐..알잖아. 우리가 말을 안하지 서로 뭐하는지는 대충 아는 사이잖아 ㅋ"
약간은 자조섞인 말투. 하긴..서로 보이고 들리는 위치이긴 하지.
"그래 뭐 잘 지내겠거니..하고 주워듣긴 해도 속사정은 모르잖냐 ㅋ"
"응 뭐..그럭저럭 잘 지내 딱히 복잡할 사정도 없고."
전화기 너머 그녀가 배시시 웃는듯한 소리가 들린다.
나도 슬며시 입가에 미소지으며 그녀의 전화를 계속 받는다.
"그래, 근데 무슨 일이야?? 요즘 뭐 다단계같은거 시작했어? ㅋㅋ몇달째 이야기도 없고 문자한통 없다가 갑자기~"
그녀가 전화기 너머로 "쿡쿡쿡"웃고는 다시 이어 말했다.
"너는 많이 변했네. 이제 더이상 비꼬지도 않고.. 그래서 생각났나봐 너가."
술마셨더니 생각이 나나..청승도 이런 청승이 없네. 하지만 나도 괜히 마음이 동하는건 무슨 이유일까.
"야, 왜.. 외롭다고 말하고 싶은거야?"
이리저리 주워듣기론 그녀는 여전히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고, 새 남친도 분명히 있을거고(듣지 않아도) 그런데도 갑자기 예전에 썸씽이 있던 나에게 전화를 했다...정말 우울하고 많이 외로운 상황인가 싶었다.
"..너는 언제나 눈치가 빨라."
약간 주저하던 그녀는 다시 말을 이었다.
"나 너 되게 생각나 정말로."
아니 이게 뭐지. 내가 너 맨날 바쁘지 않냐고 툴툴댔더니 "ㅋㅋ 그래 안녕" 하고 자기가 먼저 쌩까놓고선...
"왜? 정말 힘들어?"
"....응."
약간 그녀의 목소리에 습기가 어린 것 같다. 이런. 내 앞에선 그래도 안울던 그녀였는데 정말 힘들고 감정이 복받치나 보다.
"야, 너 왜그래; 그냥 갑자기 힘들어서 생각난거야 아니면 그냥 평소에도 계속 그런거야?"
"잘 모르겠어. 나 너가 왜 생각나지? 외롭고 그래."
갈때는 내가 무슨 말도 못붙이게 '알았어 안녕~'하고 자기 혼자 ㅂㅂ하더니 이제와서 이게 뭐람;;그래도 흔들리는 내 마음은 역시 내가 호구인가, 아니면 그녀가 내 마음에 조금은 남아있었나 싶기도 하다.
"이그..조금만 더 참아봐. 지금 어디야? 내가 데려다 줄게."
맘에도 없는 친절을 부려본다. 설마 부르겠어..하면서.
괜히 남자친구 있는 애 예전 남자친구로서 데리러 나갔다가 의심받으면 싸움난다. 결국 얘 술깨면 자기 남자친구 편이겠지. 끝끝내 결국 이미 나와는 끝난 사람 아닌가.
"고마워 실명아."
이런, 기대하지 않았던 답이 나왔다. 하지만 이성은 그렇게 기대했지만 감정은 그렇지 않았는지..마음이 일렁이고야 만다.
"수정아...."
내 머리도 갑자기 하얗고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너..있잖아. 잘 들어. 후..지금 내가 거기 10분내로 갈게, 기다리고 있어. 어디에 있어?"
"응 나 지금 코엑스 앞 청담이상 앞이야."
"알았어 금방 갈게 거기면 5분이면 되겠다."
"응 실명아. 곤히 자는데 미안해. 그치만 고마워."
"알았어 곧 보자."
"응"
띠리링, 전화를 끊고 머리를 매만지고 나갈 준비를 한다. 마음이 흔들린다 나도. 왜 이럴까..이미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실명님 짱ㅋㅋㅋㅋㅋ보팅 리스팀ㅋ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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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캐라 동지는 사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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