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의 눈물

in marine •  6 years ago  (edited)

7주간의 신병 훈련단 생활은 7년만큼 길었다. 하루가 갈때마다 달력하나에 곱표를 쳐 가며 퇴소하는 날만을 기다렸다. 사회에서 묻은 때를 벗겨내고 군인이 되는 길은 쉽지 않았다. 새벽마다 기상하는 것만해도 곤욕이었다. 디아이라고 불리는 교관들은 공포 그 자체였고, 훈련은 누구하나 열외없이 강도높게 진행되었다.

그렇게, 긴 7주가 끝나고 우리는 각자 실무부대로 헤어졌다. 헤어지던날 7주간 정든 동기들을 떠나보내며 눈물을 펑펑 쏟는 해병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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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생활을 모두 글로 풀자면 대한민국 어떤 남자가 책 몇권을 못 써내랴.

정말 많이도 혼나고, 맞기도 정말 많이 맞았다. 부대에 모든 사람은 나보다 높은 사람일때니 어디에 숨을 구석도 없었다. 친하게 잘 지내는 맞선임들도 있는가 하면 정말 무서운 선임들도 있었다. 하루하루 매분매초가 긴장의 연속이었다. 해병 이병은 텔레비전을 보면서 이를 드러내고 웃어도 안되고, 음식을 먹으면서 맛을 봐도 안된다. 밥은 가장 늦게 먹기 시작해서 가장 빨리 먹어야하고 선임들의 츄라이(식판)도 다 설거지를 해야했다.

선임들의 빨래도, 근무 준비도, 취침 준비와 침구류 정리도 모두가 이병 몫이었다. 물론 노련한 일병 선임들도 함께한다. 어디나 그렇겠지만 해병 이병은 정말 불쌍하다. 해병은 늘 보급이 모자란다. 내가 짬이 좀 찼을 때는 새벽 근무를 마치고 컵라면 하나를 후임과 나눠먹거나 내껄 포기하고 후임에게 주기도 했다. 이등병은 콧물을 찔찔 흘리고 있고 군복은 작업과 노동으로 인해서 땀과 흙 투성이다. 정말 지저분하고 불쌍하다. 인간이 그렇게 불쌍해질 수 없다.

문득, 위로휴가때가 떠오른다. 흔히들 백일휴가라고 부르는 휴가인데 이병 3개월차 정도에 나가는 휴가다. 새벽에 일찍 일어났는데 주계에서 맞선임 두명이 내 군복을 다리고 있었다. 치고박고 근무가 끝나자마자 내 군복을 다렸기 때문에 밤새 잠도 못 잤다고 한다. 해병의 군복은 다림질이 칼이다. 나름의 규칙이 있다. 그리고 온갖 기법과 몸무게를 다 동원해서 정말 칼처럼 다린다. 맞선임들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내가 휴가를 나간다고 내 군화를 털고, 군복을 밤새도록 다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밀려오는 고마움과 무언지 모를 복받침에 눈물이 맺혔다.

아침이 되니 선임들이 다 일어나서 나에게 용돈을 챙겨줬다. 2만 몇천 원밖에 안되는 돈이었지만 선임들이 있는 돈을 다 긁어서 모아준거였다. 나가서 차비라도 하라고. 밖에서는 해병의 악습이라하며 해병의 기를 꺾지 못해 안달이지만 해병들끼리는 해병들만의 정과 의리가 있다.

그 무섭던 선임들이 늘 후임들을 향해서 하던 말이 생각난다.

"우리 후임들은 정말 하나같이 다 잘 생겼다.(웃음)."

후임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리라.

전역을 한지 15년이 돼 가지만 아직도 길거리에 빨간명찰을 단 청년들을 보면 내 직속 후임 같고, 동생같다. 뭐라도 챙겨주고 싶고 잘 해주고 싶다. 그리고 여러 얼굴들이 떠올라 그리움과 복받침이 몰려온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해병들에 대한 기사를 보고도 그랬다.

아직 한참 젊은 나이인데 얼마나 억울할까. 그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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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승 976기입니다 해뱀
뉴스에 안좋은 소식이 나와서 씁쓸하네요...ㅠㅠ

필승! 제가 후임입니다.
그러게요. 게다가 방산비리로 의심되는 이유로 인한 사고라니 ㅠㅠ

  ·  6 years ago (edited)

15년전이라고 하시기에 저보다 선임인줄 알았네요 ^^;;
방산비리 의심이라니ㅠㅠ 저희때도 낙하산 사용기간 처과등 비리가 많았었는데... 청년들 목숨값으로 그런짓좀 안했음 좋겠네요

04테크라서 입대기준으로는 그런데 전역일 기준으로는 아니네요. 제가 찐빠를 냈습니다. 똑바로 하겠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억지로 군부대에 끌고 간거면 장비나 시설이라도 좋았으면 좋겠습니다. 가뜩이나 요즘 양심적 병역거부니, 난민 수용이니 하면서 병사들 사기 꺾는일도 많은데요.. ㅠㅠ

요즘은 군대도 많이 좋아져서 구타를 하거나 불합리한 것들이 많이
개선됐다고 하더군요~
예전에 군대를 다녀오신분들이 지금에
군대생활을 들으면 다 똑같이 대답하십니다
"그것도 군대냐.."
요즘 군대생활이 예전과 비교했을때 너무 편해졌다는 말을 시작으로
끝없는 경험담을 토해 내시는데...졸려요...너무 길어...ㅜ.ㅜ

상대방이 듣기 힘들어 하는 이야기는 짧게 하는 것도 매너인데요. 특히 여성분들 앞에서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 같은거요^^;

젊은 해병들의 죽음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부모들 가슴은 찢어질 것 같아요.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일면식도 없는 제 마음도 우울한데, 부모님들 마음이야 형용할 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네,이런일이 다시는 없어야겠죠.

비록 해병은 아니었지만 꽃같은 젊은이들입니다. 여러 해 전의 저였고 지금은 제 자식들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막내가 군복무 중입니다. 모두 무탈하기만을 바라는데...또 무슨 사고가 있는 모양이군요. 안타깝기만 합니다.

저도 선생님과 같은 심정입니다. 군대가는 것도 억울한텐데, 장병들이 몸이라도 건강히 전역하면 좋겠습니다.